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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May 15. 2024

죽음보다 소중한 인의

문장 17.    고자장구 상  告子章句 上.  11.10

문장 17. 


죽음보다 소중한 인의


# 11.10


맹자가 말했다. 

“내가 생선도 좋은 음식이라 좋아하고, 곰발바닥 요리도 귀한 음식이라 원하지만, 두 가지 다 먹을 수 없다면, 훨씬 귀한 음식인 곰발바닥 요리를 택하고 생선 요리를 버리겠다. 더 귀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의(義)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없다면, 나는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삶보다 깊이 원하는 것이 의이기 때문에, 의가 없는 삶을 구차하게 얻으려 하지 않는다. 

죽음은 내가 싫어하는 것이지만,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인의가 없는 삶이기에, 인의를 지키기 위해 환란을 겪게 되어도 피하지 않는다. 

만약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써보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어떻게든 죽음을 면하는 것이라면, 가능한 환난을 피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지 않겠는가? 

어떤 사람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데도 그 방법을 쓰지 않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환란을 피할 수 있는데도 그리 하지 않을 때가 있으니, 이는 삶보다 더 원하는 바가 있고,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현자만이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지만, 현자만이 능히 이런 마음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다.  

한 그릇의 밥과 한 그릇의 국이 있다. 그것을 얻으면 살 수 있고, 얻지 못하면 곧 죽을 테지만, 누군가 호통치며 그것을 주면, 길 가던 사람이라도 받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발로 차면서 그것을 주면, 걸인도 달가이 받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한 그릇의 음식도 인의가 아니면 받지 않는데, 사람들은 만종의 녹봉이라면 예의에 맞는지, 안 맞는지 분별하지도 않고 무조건 받는다. 이런 녹봉이라면, 만종의 녹봉인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집의 으리으리함을 위해서인가? 처첩을 거느리며 모셔지기 바라서인가? 알고 지내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공을 으스대기 위해서인가? 

예전엔 자신의 완성을 위해서 죽더라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집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것을 받고; 예전엔 자신을 위해서 죽더라도 받지 않았는데, 처첩을 거느리기 위해 그것을 받고; 예전엔 자신을 위해서 죽더라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기를 드러내려고 받으니, 이러한 일들은 그칠 수 없단 말인가?

이를 일러 그 본심을 잃었다고 일컫는다. 



본문


맹자가 말했다. “내가 생선도 원하고 곰발바닥도 원하지만, 두 개를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생선을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하겠다. 

孟子曰: “魚, 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맹자왈: “어, 아소욕야, 웅장역아소욕야, 이자불가득겸, 사어이취웅장자야.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의(義)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생역아소욕야, 의역아소욕야, 이자불가득겸, 사생이취의자야.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삶보다 깊이 원하는 것이 있기에, 구차하게 얻으려 하지 않는다. 

生亦我所欲, 所欲有甚於生者, 故不爲苟得也; 생역아소욕, 소욕유심어생자, 고불위구득야;

죽음도 내가 싫어하는 것이지만,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기에, 환란이 있어도 피하지 않는다. 

死亦我所惡, 所惡有甚於死者, 故患有所不辟也. 사역아소오, 소오유심어사자, 고환유소불피야. 

만약 사람들이 원하는 바 삶보다 더한(甚) 것이 없다면, 가히 삶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어찌 쓰지 않겠는가?

如使人之所欲莫甚於生, 則凡可以得生者, 何不用也? 여사인지소욕막심어생, 즉범가이득생자, 하불용야?

사람들이 싫어하는 바 죽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면, 가히 환난을 피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어찌해보지 않겠는가? 

使人之所惡莫甚於死者, 則凡可以辟患者, 何不爲也? 사인지소오막심어사자, 즉범가이피환자, 하불위야?

이와 같이 하면 삶을 얻는데도 그 방법을 쓰지 않고, 이와 같이 하면 가히 환란을 피할 수 있는데도 그리 하지 않으니, 이는 삶보다 더 원하는 바가 있고,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由是則生而有不用也, 由是則可以辟患而有不爲也, 是故所欲有甚於生者, 所惡有甚於死者. 유시즉생이유불용야, 유시즉가이피환이유불위야, 시고소욕유심어생자, 소오유심어사자. 

현자만이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지만, 현자만이 능히 (이런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非獨賢者有是心也, 人皆有之, 賢者能勿喪耳.비독현자유시심야, 인개유지, 현자능물상이.

한 그릇의 밥과 한 그릇의 국, (그것을) 얻으면 곧 살고, 얻지 못하면 곧 죽을 테지만

一簞食一豆羹, 得之則生, 弗得則死. 일단사일두갱, 득지즉생, 불득즉사. 

호통치며 그것을 주면, 길 가던 사람도 받지 않고, 발로 차면서 그것을 주면, 걸인도 달가이 받지 않는다. 

嘑爾而與之, 行道之人弗受; 蹴爾而與之, 乞人不屑也. 호이이여지, 행도지인불수; 축이이여지, 걸인불설야. 

(그런데도) 만종의 녹봉은 예의에 맞는지 분별하지도 않고 그것을 받는다, 만종의 녹봉이 자기에게 무엇을 보태주겠는가?

萬鍾則不辨禮義而受之, 萬鍾於我何加焉? 만종즉불변예의이수지, 만종어아하가언?

사는 집의 아름다움, 처첩의 받듦을 얻기 위함인가, 알고 있는 궁핍한 자에게 자기를 드러내려는(得我) 것인가?

爲宮室之美, 妻妾之奉, 所識窮乏者得我也? 위궁실지미, 처첩지봉, 소식궁핍자득아야? 

예전엔 자신을 위해서 죽더라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집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것을 받고; 예전엔 자신을 위해서 죽더라도 받지 않았는데, 처첩의 받듦을 위해 그것을 받고; 예전엔 자신을 위해서 죽더라도 받지 않았는데, 지금은 알고 있는 궁핍한 자에게 자기를 드러내려고 받으니, 이러한 일들은 그칠(已) 수 없단 말인가?

鄕爲身死而不受, 今爲宮室之美爲之; 鄕爲身死而不受, 今爲妻妾之奉爲之; 鄕爲身死而不受, 今爲所識窮乏者得我而爲之, 是亦不可以已乎? 향위신사이불수, 금위궁실지미위지; 향위신사이불수, 금위처첩지봉위지; 향위신사이불수, 금위소식궁핍자득아이위지, 시역불가이이호? 

이를 일러 그 본심을 잃었다 일컫는다. 

此之謂失其本心. 차지위실기본심. 



* 곰발바닥 요리와 의


중국에서 생선 요리는 고기 요리보다 비싼 고급 요리 축에 낀다. 하지만 재료를 구하기도 매우 어렵고, 요리하는 데 온갖 정성이 들어가는 곰발바닥 요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지금이야 동물보호를 위해 곰발바닥 요리를 할 수 없겠지만, 중국 고대에는 특별한 별미로 즐겼던 모양이다. 생선 요리와 곰발바닥 요리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비싸고 귀한 곰발바닥 요리를 고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문장은 시작한다. 

더 귀한 요리가 있듯, 삶에도 더 고귀한 삶이 있기 마련이다. 맹자는 인의(人義)가 빠진, 의미 없는 삶은 고르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인의가 빠진 삶은 사람다운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거리의 걸인도 인간성을 부정당하는 부당한 동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선비라고 하는 자들이 큰 녹봉 앞에서는 예(禮)와 의(義)에 맞지 않아도 넙죽넙죽 받는 것이 세태였던 모양이다. 죽을지언정 의를 버리지 않아야 할 선비들이 집을 꾸미고, 처첩의 봉양을 받고, 자랑질을 하느라 그런 짓을 한다고 맹자는 맹비난한다. 그런 세태는 사람다움을 지켜야 하는 본심을 잃어 생기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사람다움을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제대로 알며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하는 문장이다. 


(표지 사진은 곰발바닥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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