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18. 진심 상 盡心 上. 13.20
문장 18.
맹자가 말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거기에 천하의 왕이 되어 권세를 누리는 것은 들어 있지 않다.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에게 아무 일 없는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빼어난 인재를 얻어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천하의 왕이 되어 권세를 누리는 것보다 그 즐거움이 더 크다.”
맹자가 말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에서 왕 노릇하는 것은 들어 있지 않다.
孟子曰: “君子有三樂,1 而王天下不與存焉.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고,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2
천하의 빼어난 인재를 얻어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에서 왕 노릇하는 것은 들어 있지 않다.”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공자의 삼락(三樂)은 ≪논어(論語)≫ 첫 장에 나와 있다.
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 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라 하지 않겠는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여기에는 유가를 일군 선구자로 사는 삶과 고뇌, 그것을 초월한 성인의 크기가 느껴진다. 새로운 가치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기쁨,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얻게 되는 즐거움, 아직 인정받지 못하는 새로운 사상가의 자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자는 자신을 찾아온 제자들과 새로운 사상의 벗으로 서로 성장하며 유가를 일으킨다.
거기에 비해 맹자의 삼락(三樂)은 유가를 지키고 전승하려는 사람의 고민과 실천의 노력이 느껴진다. 효제의 즐거움을 말하고 있어 그 가치가 이미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공자의 인(仁)에 이어 맹자 스스로 강조한 의(義)의 가치가 부끄러움의 문제와 더불어 드러나 있고, 영재(英才)를 얻어 유가의 가르침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온 국민이 사랑하는 윤동주의 서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 구절은 명백히 맹자에게서 배운 것이다. 윤동주가 나고 자란 북간도 명동촌은 김약연 선생이 개척한 지역으로, 선생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던 민족주의 교육의 산실이었던 마을이다. 맹자을 흠모하여 <맹자>를 만독했다는 김약연 선생은 윤동주를 비롯해 또래인 문익환, 송몽규 등에게 어린 시절 맹자를 직접 가르쳤다. 후에 명동촌은 신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기독교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윤동주의 시에는 맹자의 의로움과 예수의 희생정신이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다.
윤동주의 사례처럼 맹자의 영향력은 조선 시대 뿐 아니라 우리의 현대사에도 직접적으로 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