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우리나라 공식 응원 구호이다. 우리나라 이름이 선명히 드러난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대한(大韓)’과 ‘민국(民國)’을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이라는 이름이 정해진 것에 대해선 명확한 기록이 있다. 고종이 중화의 제후국인 조선을 폐하고 독립제국을 세우면서 대한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고종실록에 나온다.
짐이 생각건대, 단군과 기자 이래 강토가 분할되어 각자가 한 구석을 점거하고 서로 자웅을 다투다가 고려 때에 이르러 마한・진한・변한을 병탄했으니, 이것을 일러 ‘삼한통합’이라 한다. 태조가 용상에 오른 초기에 이르러 국토 밖으로 땅을 더욱 넓혀 북으로는 말갈의 경계까지 이르러 상아・가죽・비단을 얻게 되고, 남으로는 탐라국을 받아들여 귤・유자・해산물을 공납 받게 되니, 땅의 넓이가 사천리가 되어 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다. 이제 국호를 ‘대한’으로 정하고 이 해를 광무 원년으로 삼는다.
<고종실록>, 고종34(1897, 광무1)년 10월 13일 두 번째 기사
고종 이전, 예로부터 삼국을 통일하는 것을 ‘삼한통합(三韓統閤)’이라고 해왔다. 그래서 마한·진한·변한을 통합한 일이나, 고구려·백제·신라를 통합한 일, 후삼국 시대를 통합한 일을 ‘삼한통합’이라고 표현했다. 세 개의 한을 통합했으니 그냥 ‘한’이 아니라 ‘대한’이라고 달리 지칭했다. ‘대(大)’라는 낱말은 ‘크다’라는 뜻도 있지만 ‘전부’, ‘두루’라는 뜻도 담고 있다. 게다가 조선에 이르러 북과 남으로 영토를 크게 넓혔으니 ‘크다’라는 뜻으로도 ‘대’를 써 대한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한(韓)이라는 명칭은 우리 스스로가 쓴 명칭일 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를 지칭할 때 자주 쓰던 명칭이기도 하다. 그러니 대한이라는 말에는 이미 통일지향성이 담겨있다.
새로운 자주국의 명칭인 대한은 그러나 일제가 우리나라를 병합하면서 다시 쓸 수 없게 되었다. 일제가 대한을 병합하자마자 한 일이 대한이라는 명칭을 없애는 것이었다. 아래 인용한 글을 보자.
1910년 5월 30일 제3대 통감으로 임명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는 비밀리에 구성된 병합준비위원회를 통해 7월 7일 21개 조의 ‘병합실행방법세목’을 수립하고 제1조에 “한국을 개칭하여 조선으로 할 것”으로 명시하여 국호 ‘대한’의 말살과 ‘조선’ 명칭의 복구를 방침화했다. 이완용이 국호 ‘대한’의 보존을 요구하자, 데라우치는 고종을 ‘한국왕’이라고 부르게 되는 경우에 장차 분쟁을 야기할 염려가 있고 대한제국의 ‘대한’을 그대로 두고서는 두 나라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 조중웅의 재차요구에 데라우치는 “대한은 일본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둘러대고 이 요구도 묵살했다. 일왕은 1910년 8월 29일 “한국의 국호는 고쳐서 지금부터 조선이라고 부른다”는 칙령 318호와 “조선에 조선총독부를 설치한다”는 칙령 319호를 포고했다. 이에 따라 ‘대한’을 명칭으로 단 모든 신문과 잡지, 단체들은 일제히 ‘대한’을 떼거나(가령 ‘대한매일신보’ → ‘매일신보’, ‘대한민보’ → ‘민보’) 다른 이름으로(‘대한신문’ → ‘한양신문’) 바꿔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모조리 판매금지를 당했다.
그렇기에 기미년 삼일운동으로 태동한 임시정부가 나라 이름을 정할 때, 일제에 빼앗긴 이름을 되찾는 데 중한 의미를 부여하여 ‘대한’이라는 이름을 다시 쓰게 된 것이다.
달라진 것은 황제의 나라인 대한‘제국’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 되는 공화국 대한‘민국’으로 체제를 달리한 점이다.
공화정(Republic)을 ‘민국’으로 표시한 것은 그 단어가 이미 조선 말 영·정조 시대부터 ‘백성의 나라’ 혹은 ‘백성을 위한 나라’라는 뜻으로 쓰여왔기 때문이다. 구한말에도 조정에서나 언론 등에서 민국이라는 말은 시민정치의 씨앗을 담아 사용되었다. 그래서 고종 황제 시기 정식 국호는 대한제국이었지만, 언론이나 민간에서는 종종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이미 쓰고 있었다.
국민에 의한 민주적 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임시정부가 명확히 했고, 이후 1948년 정부를 수립하면서 제헌의회와 이승만 대통령이 이를 계승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으로 정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니 대한제국 – 대한민국임시정부 –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명칭의 흐름이 우리나라의 정체성이자 정통이 된다.
바로 위 인용문을 비롯하여, 주요 내용은 다음 논문을 참조.
황태연, <‘대한민국’ 국호의 기원과 의미>, 「정치사상연구」 21집,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