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어울리는 외국어 학습 방법이 있다
아래는 <외국어 덕후의 중국어 정복기> 목차이자 첫 글
어떤 외국어를 정말 잘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외국인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술자리, 자막 없이 영화나 드라마 보기, 외국인들이 참석한 회의실에서 참가자들의 말을 통역하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모습 등 사람마다 외국어를 잘하게 되었을 때 그리는 모습은 조금씩 다를 거다. 그리고 외국어 학습법 글을 처음 쓰면서 말했던 것처럼 이것을 명확하게 그려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나는 내가 한 외국어를 어느 정도 정복했다고 느낄 때가 그 나라 신문을 사전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다. 그리고 그 말을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큰 의미다. 보통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외국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면, 일단은 입을 여는 게 시작이다. 그러다 보면 친구도 사귀고 어느덧 말하는 게 자유로워지면 자연스레 글에 눈이 가게 된다. 스페인에 갔을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낸 지 5~6개월 정도 되었을 때 거의 매일 스페인 신문을 한 부씩 사서 봤던 기억이 난다. 나는 확실히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고백하건대 아직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해의 신혼부부는 벌써 저만큼이나 중국 잡지와 책을 사다 모았다. 제일 처음 샀던 잡지는 이번에 대만 총통 채영문 씨의 당선을 중국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내보낸 《Global People》였다. 반反중국파라고 평가받는 채영문 씨의 당선에 대해서 중국 언론이 보여주는 시각은 외부인이 보기에 매우 재미있었다. 그다음에는 하와이와 위도가 거의 비슷해서 중국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산야(三亚)로 여행을 가면서 나름 IT 업계 종사자 답게 《IT경제세계(IT经理世界)》라는 책과 《BUSINESS》라는 잡지를 사모았다. 그다음으로는 《日和手帖》라는 감각적인 사진이 있는 잡지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助你好运》이라는 책을 샀다.
신문이나 잡지를 사서 읽는 비결은 전체 다 읽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 안에서 관심 가는 주제 하나만 골라서 읽는 것이다. 처음에는 버거우니 한 기사 속에서 한 문단만 봐도 충분하다. 그렇게 조금씩 보다 보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문단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여러 기사도 읽을 수 있다. 뭐든 처음부터 쉬운 건 없으니 부담 갖지 말고 조금씩 시작하면 된다.
나에게도 이번에 큰 도전을 하나 한 건 《助你好运》라는 제목의 'get lucky'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었다. 중국어는 다른 언어와는 다르게, 한자로 쓰여 있다 보니 어떻게 읽다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서 다른 언어보다는 조금 빨리 책을 사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보통 가장 평이한 단어로 쓰여있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골랐다. 읽으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는데, 작가 이력에 합불(哈佛)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다했다고 적혀있길래 내가 모르는 중국의 유명한 대학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글쎄 합불 대학이 하버드 대학일 줄이야. 이렇게 또 조금씩 중국을 배운다. 중국어 책도 크게 부담 갖지 않고, 처음에는 하루에 반쪽 읽기부터 시작해서 한 장, 두 장 이렇게 늘려나가면 언젠가 다른 책을 집어 들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워낙 외국어를 시험용으로 공부를 많이 하다보니 문제집을 푸는 게 아니면 왠지 외국어 공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외국어는 정말 다 이어져 있어서 오늘 읽은 책에서 만난 단어 하나가, 드라마에서 들었던 문장 하나가 길에서 만나는 사람의 입에서 바로 만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노출을 늘리는 것, 그것이 외국어 공부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