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맛있는 초밥 츠카무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서울은 환상의 도시였으나 막상 서울에 살고 나면서부터는 그저 하나의 도시였고 일상이었다. 서울에서 자리 잡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대학가 있었던 터라 큰 불편함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고, 가끔 약속이 있을 때 서울의 다른 지역을 다니곤 했지만 크게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 연신내는 나에게 미지의 동네였다.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신혼집을 연신내로 얻었다. 원래 잘 모르면 다 시골이라 생각하는데, 처음 가본 연신내는 번화가였다. 없는 게 없었고, 집에서 조금만 걸어나와도 마트며 음식점들이 가득 있었다. 특히 로데오 거리에는 술집이 많아서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술을 잘 먹지 않아서, 집 근처 조용한 바에서 와인을 먹고는 했는데 그 나름 매력이 있었다.
부인님은 맛집 전문가다. 대학교 시절 친구들이 새로운 곳에 놀러 갈 때면, 항상 뭐가 맛있냐고 연락이 왔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녀는 그녀 나름의 맛집 판별법이 있었는데, 온갖 광고성 글로 도배된 블로그에서 맛집을 찾기 위해서 '맛집 좋아하는 아저씨'들이 투박하게 써놓은 블로그의 맛집 목록을 잘 살펴보면 정말 맛있는 집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츠카무를 만났다.
원래는 연희동 근처에 있는 도도스시의 단골이었다. 버스를 잘못 타서 우연히 내린 버스 정류소 근처의 초밥집이었다. 집이 연남동에 있어서 거의 매주 찾아갔다. 그런데 츠카무를 만나고 나서는 더 이상 도도스시를 가지 않았다. 도도스시가 츠카무에 비해 못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멀리 있는 도도스시까지 찾아갈 이유를 더 이상 느끼지 못했다. 그 정도로 츠카무는 맛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해서 그런지 항상 츠카무에 도착하면 테이블이 아니라 바에 앉는다. 그리고 오마카세를 시키는데, 일본어로 "당신에게 맡깁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도 막 나오는 건 아니고 정해진 메뉴가 나온다. 평일 점심은 2만 원, 저녁에는 3만 원이다.
어느 순간 츠카무는 우리 부부가 기쁜 일이 있을 때 항상 축하하는 장소가 되었다. 내가 외주 프로젝트를 땄을 때도, 부인이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도, 친구가 생일일 때는 굳이 연신내로 불러서 츠카무를 먹었다. 직원분들 모두 너무나 친절하신데, 그 따뜻함 속에서 바에 앉으면 한 점씩 나오는 초밥을 먹으며 행복해하곤 했다. 처가댁이 연신내 근처에 있어서 상해에서 가끔 한국에 돌아올 때도 반드시 들리게 될 츠카무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