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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r 22. 2016

연신내를 떠나며

하나, 맛있는 초밥 츠카무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서울은 환상의 도시였으나 막상 서울에 살고 나면서부터는 그저 하나의 도시였고 일상이었다. 서울에서 자리 잡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대학가 있었던 터라 큰 불편함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고, 가끔 약속이 있을 때 서울의 다른 지역을 다니곤 했지만 크게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 연신내는 나에게 미지의 동네였다.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신혼집을 연신내로 얻었다. 원래 잘 모르면 다 시골이라 생각하는데, 처음 가본 연신내는 번화가였다. 없는 게 없었고, 집에서 조금만 걸어나와도 마트며 음식점들이 가득 있었다. 특히 로데오 거리에는 술집이 많아서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술을 잘 먹지 않아서, 집 근처 조용한 바에서 와인을 먹고는 했는데 그 나름 매력이 있었다.


부인님은 맛집 전문가다. 대학교 시절 친구들이 새로운 곳에 놀러 갈 때면, 항상 뭐가 맛있냐고 연락이 왔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녀는 그녀 나름의 맛집 판별법이 있었는데, 온갖 광고성 글로 도배된 블로그에서 맛집을 찾기 위해서 '맛집 좋아하는 아저씨'들이 투박하게 써놓은 블로그의 맛집 목록을 잘 살펴보면 정말 맛있는 집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츠카무를 만났다.



원래는 연희동 근처에 있는 도도스시의 단골이었다. 버스를 잘못 타서 우연히 내린 버스 정류소 근처의 초밥집이었다. 집이 연남동에 있어서 거의 매주 찾아갔다. 그런데 츠카무를 만나고 나서는 더 이상 도도스시를 가지 않았다. 도도스시가 츠카무에 비해 못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멀리 있는 도도스시까지 찾아갈 이유를 더 이상 느끼지 못했다. 그 정도로 츠카무는 맛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해서 그런지 항상 츠카무에 도착하면 테이블이 아니라 바에 앉는다. 그리고 오마카세를 시키는데, 일본어로 "당신에게 맡깁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도 막 나오는 건 아니고 정해진 메뉴가 나온다. 평일 점심은 2만 원, 저녁에는 3만 원이다.



어느 순간 츠카무는 우리 부부가 기쁜 일이 있을 때 항상 축하하는 장소가 되었다. 내가 외주 프로젝트를 땄을 때도, 부인이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도, 친구가 생일일 때는 굳이 연신내로 불러서 츠카무를 먹었다. 직원분들 모두 너무나 친절하신데, 그 따뜻함 속에서 바에 앉으면 한 점씩 나오는 초밥을 먹으며 행복해하곤 했다. 처가댁이 연신내 근처에 있어서 상해에서 가끔 한국에 돌아올 때도 반드시 들리게 될 츠카무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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