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가장 큰 장애물
달리기를 시작하고 꾸준히 달려 키로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한 번에 10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까지 됐다.
기록을 떠나 10km를 하루에 완주하는 게
스스로 너무 대단한 일이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1km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기 훨씬 전에는
무식하게 트레드밀에서 3km를 달렸었고
매번 죽을 맛에 금방 그만뒀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10km를 완주하게 됐는데
그것도 벌써 4년 전이다.
그때쯤엔 이미 달리기는 습관으로 자리 잡혀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다시 또 뛰어야 됐다.
10km보다 더 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달리기에 관심조차 없을 때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었었고,
그가 10km를 거의 매일 달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마지노선은 10km였다.
10km를 처음 달린 후
'이제부터 달릴 때 10km씩 달리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차근차근 거북이처럼 실력을 늘릴 때는 그런 생각이 잘 안 들었는데
거의 매일 10km라는 목표가 생기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도 10km를 달릴 수 있을까?'
'이렇게 자주 10km를 달리는 게 가능한 건가?'
'매번 이렇게 10km를 달리면 무릎이 괜찮을까? 발바닥은?'
'내일도 10km를 뛸 수 있을까?'
각종 의심이 머릿속에서 팽글팽글 돌았다.
이 질문지옥은 달리는 나를 뒤에서 잡아끌듯이 괴롭혔다.
가장 끈질긴 질문은 달리는 중에 한 이 생각이었다.
'오늘도 10km를 달릴 수 있을까?'
그렇게 10km를 도달하지 못하면 좌절감이 들었으며
완주한 날에도 찝찝했다.
'내일도 뛸 수 있을까?'
란 질문이 기다렸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그런 의심들을 멀리하려 해도
자연스럽게 그런 의심이 들었다.
8-9km에서 포기하고
완주하지 못한 날이 꽤 있었다.
스스로에게 '의심하지 마'라고 해도
의심은 쉽게 걷어낼 수 없었다.
지나고보니 의심을 걷어낸 방법은
완주 횟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자신감 있게 시작한 날도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후반에 헥헥대며 멈춘 날도 있었다.
의심도 발목을 잡지만
근거 없이 자신을 믿는 것 또한 뒤통수를 후려쳤다.
겸손하게 단계를 밟아나가면
결국 의심은 사라진다.
언제부턴가
'내가 10km를 뛸 수 있을까?'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의심은 거기서 그만두라는 신호가 아니다.
아직 단계가 남았다는 뜻이다.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의심이기도 하지만 그 의심은
본인의 실력을 알고 있는 의식 저편의 냉정한 평가일 수 있다.
의심이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라고 생각하면
썩 나쁜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