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잠이 부족한 아내를 쉬게 하고
직접 아침을 차린다.
어설픈 국을 끓이고
밑반찬 몇 개를 꺼내
밥과 반찬을 식탁에 대충 올려놓는다.
딸과 아내를 깨우고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맛있게 먹으라 말하며
함께 아침을 먹는다.
식사를 마친 후
여전히 피곤해 보이는 아내를 계속 쉬게 하고
식기를 싱크대에 넣는다.
수세미에 주방세제를 쭉 짜
내 안의 번뇌를 씻어내듯이
그릇을 박박 문지른다.
그렇게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내 옆에 쓱 오더니
내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한마디 한다.
"아이고 하나님~ 이렇게 착하고 자상한 사람을 제게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는 아내의 얼굴
나는 수줍은 척 살짝 미소 짓고
되돌아 조용히 혼잣말한다.
"아이고~ 하느님, 제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크흑..."
* 참고로 아내의 종교는 기독교고 나는 무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