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그릇과 찻잔을 좋아한다. 흔치 않아서 더 소중하고 이쁘다. 음식을 담았을 때도 마음에 기쁨이 인다. 주로 인터넷 쇼핑과 해외사이트 경매를 통해 가끔 구매하곤 하는데, 어릴 때부터 가졌던 오래된 취미는 아니고 대략 5년쯤 되었다. 이러한 취미는 모두 둘째 이모님으로부터 비롯됐다.
둘째 이모님은 늘 한결같이 날씬함과 소녀다움을 유지해 오신 분이셨다(엄마는 딸 부잣집의 셋째 딸이다). 이모부가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주재원 생활을 오래 하셔서 일찍부터 차(tea), 먹거리, 옷, 화장품 등과 같은 미국 서양문물을 온 집안에 널리 전파해주셨다. 더불어 내가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자, 한국에 계시는 기간에는 서울 집으로 자주 초대하여 따뜻한 집밥을 넘치도록 차려주셨던 고마운 분이시다.
이모님은 너무나도 당연히 자신의 조카가 남들 다하는 시기(?)에 결혼할 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내 나이 30 즈음 기쁜 마음으로 빈티지 그릇 4인 세트 1조를 '결혼 선물'로 준비해 두고 계셨단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흘러도 이 놈의 조카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빈티지 그릇을 엄마에게 전달하기에 이르렀고, 내 결혼을 누구보다도 기다리던 엄마도 '보관하기 아까우니, 이제 그만 가져가서 혼자서라도 잘 쓰라'며 주신 것이다. 두둥~!!
그렇게 나에게 온 그릇들이 바로 이 로열 덜튼 칼라일 세트다(Royal Doulton Carlyle H.5018, 생산연도 : 1972-2001). 찻잔, 스프볼, 샐러드 플레이트, 디너 플레이트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산연도에 따르면 이 그릇들의 나이는 최소 19세~최대 48세이다.
빈티지 그릇에는 오랜 시간이, 세월이 주는 묘함과 이 그릇을 거쳤을 사람들에 대한 상상이 더해진다. 그렇게 나는 이 그릇들을 사용할 때마다, 그릇을 매개로 내가 알지 못하던 시공간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늘 넉넉히 베풀어 주신 이모님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이제 이 그릇에는 나와 이모님의 시간과 추억도 추가로 새겨지게 된 것이다. 일흔이 넘으신 이모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한다.
나는 미리 받은 '결혼 선물'에 '혼자' 차도 마시고, 이렇게 예쁘게 음식도 담아 먹는다.
이후에도 꾸준히 빈티지 찻잔과 그릇에 관심을 가져왔다. 인터넷에서 '빈티지, 앤티크 그릇, 찻잔'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빈티지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지금, 나와 같이 떠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