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주 Jan 04. 2020

목표를 세우는 이유

비전보드 & 목표

올해의 한 주가 다 지나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 올 해 목표를 생각하고 있다. 언니한테 이번 목표는 뭐야? 물었더니 올해는 목표를 세우고 싶지 않단다. 하지만 나는 목표를 세우고 싶다. 아니 세워야 한다에 더 가깝다.

안정적인 직장과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고 있는 (아마도 미래의 수입원이 될) 언니와 다르게 나는 앞으로의 수익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 (+ 동료가 어떻게 하느냐)가 적어도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언니도 나름의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목표를 세워야 하는 쪽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년 전부터 시작한 비전보드를 그리는 일이 내게 어떤 안정감과 동기부여를 주었다. 비전보드는 예전에 봤던 유튜브 채널 HigherSelfKorea의 알렉스라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게 되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이루고 싶은 꿈들을 시각화해서 꿈을 상상할 수 있는 사진들을 묶어 하나의 액자 형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맨처음 만든 비전보드


사진들은 보기만 해도 감동적이고 설레는 게 포인트이기 때문에 같은 꿈이어도 매년 사진을 더 와 닿는 걸로 바꾸려고 한다. 그래서 일종의 의식처럼 매년 비전보드를 새로 업데이트하고 비전을 그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올해가 3년 차니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지만 처음에는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 분명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무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명확한 건 아니지만 그때 고민한 것들을 베이스로 해서 조금씩 수정하고 있으니 처음보다는 시간이 덜 걸리는 것 같다. (아직 올해 비전보드 업데이트를 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내가 이런 환경에 있기 때문이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수 있긴 해도 난 누구나 비전과 목표가 있어야 하고 목표는 구체적이고 자세한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는 파이다. 최근 크게 와 닿은 문장 중 하나가 “인간의 뇌는 예측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이 고통스럽고 후회스러울지라도 예측 가능하길 바란다.”라는 말이었다.

이걸 내가 크게 받아들인 이유는 최근 일어나는 게 힘들어지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이유를 갖다 대는 나를 만난다. ‘어제 잠깐 운동하고 자서 몸이 피곤한 거 같아. 이러면 오늘 컨디션 안 좋으니까 조금만 더 쉬자’ ‘알람 소리 듣고 잘 일어났네. 근데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났구나 좀만 더 누워있자.’ 그리고 이런 말들이 그 순간만큼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이 감정은 거짓이고 그렇다 해도 과장된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일어날 때 설득하는 말이 들리면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건 거짓 감정이야. 사실 너는 굉장히 멀쩡하고 피곤하다 해도 몇 분 더 자는 걸로 피곤한 게 풀릴 거 같아?’ 그러고 나니 내가 만들어낸 이유들은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일어나는 게 훨씬 편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무의식 중에 예측 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 많은 비효율적이고 과거에 익숙하고 미래에 후회스러운 일들을 해오고 있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그런 익숙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이건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또는 목표를 세우기 위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니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나는 나 외의 타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알지 못하니까. 나도 언젠가 ‘올해는 목표를 만들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돼서 지금의 나와 다른 점을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어쨌든 올해도 나는 비전보드와 목표를 새로 만들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어 울렁증과 이별하는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