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번 두 시간
(이건 올해 회고의 일부분이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 글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영어 회화를 꾸준히 연습했다.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을 한다>를 읽고 감명받은 것 도 있었지만 그동안 내가 그토록 자유롭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들 중 가장 먼저 생각이 난 게 영어로 말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가장 먼저 생각난 이유는 울렁증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영어 울렁증이 너무 심했다. 어떤 얘기를 해보려고 해도 상대방이 “What? I can’t understand.” 이런 반응이 생각이 나 불안해지고 머리가 하얘지고 떨려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대학원에서 외국인 연구실 동료를 만나고 매주 하는 연구실 세미나는 영어로 진행이 되고 물론 논문은 죄다 영어였고, 미국 대학에서 수업을 듣게 되면서 영어를 벗어나지 못하는 2년을 보내고 나서 나름 그래 이 정도면 됐어했는데 졸업과 동시에 리셋되는 경험을 했다.
(물론 당시에도 그렇게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진 않았을 것이다)
작년에 발리에서 한 달을 보내며 짧은 대화도 쩔쩔매는 나를 보고 이건 아니다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실행을 한건 올해 5월에 숨고를 이용해서 회화 과외 선생님을 만난 때부터였다. 집 가까이로 자동 필터링이 되어서 요청이 보내져서 내가 만난 선생님은 바로 지금 사는 집 맞은편 오피스텔에 계셔서 다니기가 무척 편했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꾸준히 하기 위해선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학원을 다니거나 온라인으로 튜터를 찾는 것보다 오프라인 일대일 과외를 선호한 건 다른 것보다 강제성이 좀 더 있고 (빼먹기가 힘들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영어 울렁증을 없애는 것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보고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첫날에 난 아래처럼 이 수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정리해가서 선생님께 보여주었다.
스피킹
- 네이티브가 들었을 때 대체로 어색하지 않은 표현으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함
- 이야기를 할 때 하고 있는 말이 맞는 표현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면 좋겠음
- 내 생각을 영어로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음
쓰기
- 영어로 글을 쓸 수 있음 (해외 커뮤니티 활동 목적 및 영어 블로그 운영 목표)
듣기
- 영어로 된 강연을 자막 없이 들을 수 있음 (해외 세미나나 콘퍼런스 참여)
추가적으로 나중에 바라는 것
읽기
- 영어 원문 책 또는 논문을 쉽게 읽을 수 있음
무슨 일을 하던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미션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과 약간은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다 (나는 준비된 학생이다)라는 생각으로 정리를 했는데 이 리스트는 영어를 왜 배우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단단한 영어공부>라는 책을 읽으면 이런 문장이 와 닿았다.
“우리의 삶이 영어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영어 공부는 나를 어떻게 바꾸어 가고 있는지, 영어를 통해 어떤 소통에 참여하고 있는지 계속 물어야 합니다.
공부의 목적은 습득한 양이 아니라 소통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을 하면서 영어로 된 문서를 보거나 영어로 원하는 내용을 검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조금 더 나아가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글로벌 콘퍼런스에 가서도 무슨 얘기하는지 번역 없이 듣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걸 느꼈다.
논문을 쉽게 읽는다는 건 영어를 떠나서 조금 과한 목표인 것 같긴 하지만 원서로 된 책을 읽거나 좋은 논문을 좀 더 많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7개월 동안 매주 수업을 받은 걸 돌아보면 생각해보면 매주 1번이니 고작 28번의 수업을 들었을 뿐이다. 목표를 이룬 것을 아니지만 대화하는 게 훨씬 편해졌고 할 말이 영어로 바로 나오지 않아도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다.
깨달은 건 조금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안정감과 진전을 느끼는 것이 키 포인트라는 것이다. 내년에도 내 목표에는 영어와 관련된 계획이 들어갈 것 같다. 꾸준히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