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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May 16. 2020

미라클 모닝을 경험하다

<미라클 모닝> - 할 엘로드

처음 <미라클 모닝>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순전히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싶어서였다. 더 일어나고 싶은 이유는 아침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거나 운동(운동은 포함이 될 수도 있겠다)을 한다는 원대한 목표 때문도 아니었고, 그냥 잠깐이지만 아침에 요가나 명상을 하고 차를 마시며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었던 것뿐이다. 오랫동안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순간순간 상황에 끌려가듯 (특히나 아침을) 수동적으로 살고 있었고 어떤 기회로 인해(내가 발리에 가게 된 이유) 나에게 더 나은 아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시만 해도 미라클 모닝이 내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수도 없는 시도를 해왔기 때문에 이런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회의적인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었고, 더군다나 확언**을 한다는 건 생소했기 때문에 의심스러웠고 의아했으며 영향력을 가늠하기보다는 영향이 있을지 궁금한 수준이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내 무의식의 영향력을 굉장히 사소하게 판단하고 있었던 것 같다.


**확언: 혹시나 미라클 모닝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확언은 말하자면 긍정적인 다짐의 말인데 자기 전과 일어나서 나 자신에게 너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엘로드가 알려준 아침을 위한 확언을 거의 각색 없이 썼는데 그중 마음에 와 닿은 몇 문장을 꼽자면 "일어난 뒤에 내가 할 일을 나는 구체적으로 명확히 알고 있다." "미라클 모닝은 나를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쉽게 끌어당기고,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오늘 밤 12에 자서 오전 6시에 일어날 것이다. 6시간은 내일 절정의 컨디션으로 생활하기 위해 아주 적당한 양의 수면이다." "나는 내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번 주에, 이번 달에, 올해에 그리고 나의 앞으로의 삶 동안 나의 목표들을 성취할 가능성을 월등히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의 목표는 달랐다. 그동안은 학교를 가기 위해, 회사를 가기 위해, 무언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상황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길 바랬다면 이번에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아침을 보내고 내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함이었고, 무엇보다 한번 맛본 아침의 여유에 목말라 있었다. 게다가 할 엘로드의 동기부여는 엄청났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그래 해서 나쁠 것도 없고, 실제로 되는지 무조건적으로 한번 시도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언제까지 나가기 위해서가 아닌 이유로 아침을 깨우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보통 이런 결과를 알 수 없는 도전은 처음에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살을 10킬로 뺀다거나 유연성을 늘리는 것 등등 다른 목표를 생각해보자) 내가 무언가 다름을 눈치챈 건 고작 3일 차였다.


3일 차 기록  
"6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신기하다. 어제 12시에 바로 자서 그런 걸까? 스트레칭을 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일기로 긍정적인 다짐을 해서?"


눈을 뜬 게 아니라 눈이 떠졌다고 했다. 이때 기분이 묘했는데, 나는 보통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들어도 잘 일어나지 못해 알람을 7-8개를 맞춰놓고 자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우연인 줄 알았지만 다음날 똑같은 경험을 했다.


4일 차 기록 
"어제 12시 20분쯤 누워 바로 잠들진 않았지만 오늘도 역시 6시 30분이 기상했다. 몸은 조금 피곤, 정신은 아주 개운한 상태다."


그리고 6일 차에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있었다. 

"사실 오늘은 좀 나 스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주말 아침에 이렇게 일어난 건 처음이다."


이 정도로 얘기하면 이게 뭐 얼마나 큰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소에 얼마나 살아지는 대로 살았으면 이렇게 놀랐을까? 나는 기록을 돌아보면서 새삼 나의 과거를 반성했다.


7일 차, 그러니까 일요일에 나는 처음으로 실패를 한다. 

"오늘은 실패의 기록이다. 어제 10시에 잠들었는데 6시 20분 알람을 끄고 나서 오늘은 하지 말자 생각했다. 다시 눈을 뜨니 7시 44분이었다."


보통은 한번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힘이 빠져서 지속하는 게 어려웠겠지만, 미라클 모닝 프로젝트는 최소 30일이라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다. 엘로드가 미리 언급했듯 첫 10일이 가장 힘든 순간임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계속 주어진 일정을 반복했고 10일 차가 되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10일 차, "일어나는 일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눈을 뜨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알람 소리가 들리면 바로 명상 앱을 켜고 앉는다."


15일 차, "5시 50분에 눈을 떴다. 의식이 생생 해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또렷한 생각이 들면서 잠이 깬다. 하루에 행복을 느끼는 빈도가 늘었다."


19일 차, "일어날 때 조금 피곤했다. 그렇지만 항상 일어나기 직전 어느 정도 의식이 깨어 있는 게 느껴진다."


25일 차,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성형은 아니지만 이렇게 조금씩 일상을 바꾸고 목표를 향해 하나씩 더해가는 것 같다."


뭘까? 그동안 고질적으로 나를 괴롭혔고 바꾸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아침 기상 목표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단순히 목표를 달성한 걸 넘어서서 내 삶의 만족도가 개선되어 가고 있었다. 미라클 모닝에서는 30일을 제안하고 있지만 나는 이 프로젝트와 기록을 계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1일 차, "어제 조금 늦게 잤고 운동해서 일어나기가 조금 버거웠다. 일어나 명상> 욕실 > 확신의 말을 읽기까지 사이 잠시 멍 때 리거나 불필요한 앱 사용 시간을 줄이고 싶다."


36일 차, "구체적인 텍스트가 주는 위력은 엄청나다"


48일 차, "하마터면 다시 잘 뻔했는데 찰나의 순간 내가 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깨닫고 일어날 수 있었다."


50일 차, "50일이라니, 생각보다 짧다 짧아. 누가 뭐래도 6시에는 일어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55일 차, "익숙해진 데다 몸이 좀 피곤하니 '오늘 주말인데 그냥 잘까?' 생각했다. 명상을 누워서 하는 둥 마는 둥 했고 다음 의식을 할까 말까 고민도 했는데 아침을 깨우는 글을 읽으니 잠이 확 깬다.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행동의 차이는 굉장히 갭이 크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는 목표는 달성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몸에 체득되진 않았다. 어떤 날은 잘 돼다가도 잠시라도 풀어지면 깜박하곤 했는데 그때 일어나도록 해 준 건 내가 애초에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다던 확언의 글이었다. 글을 진심을 담아 읽을수록 아침을 깨우는 게 쉬워졌다. 




결국 나는 74일을 끝으로 자체 프로젝트를 끝냈는데 이 날이 2018년도 마지막 날이었다. 이 날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서는 기록을 할 때만큼 일어나는 시간에 집착하진 않았지만 예전처럼 아침이 무방비한 상태로 다시 돌아가지도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아침을 수동적으로 보내는 과거의 내가 아니었고, '못 일어나면 어쩌지'하고 불안한 마음에 잠들고 아침에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미적거렸던 불과 몇 개월 전의 내 모습은 잊히고 다음날 아침이 조금 기다려지는 모습이 나라는 걸 육체적이고 정신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2018년 12월 31일 내가 일기장에 베껴 쓴 문장이 내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다.

"If I can be a different person or better person, If I can change myself better or worse, I am a different person with past myself. We keep changing  ourselves but sometimes we stuck with our past egos or success or even failures. If I admit I'm not same person that who I was, I should move on my past achievements. That's why I have to focus on recent things that I achieved."  
- Benjamin Hardy
"만약 내가 더 나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만약 내가 스스로를 더 좋거나 더 나쁘게 바뀔 수 있다면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른 사람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변화시키지만 종종 과거의 자아, 과거의 성공 또는 실패에 묶여있다. 만약 내가 과거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내 과거의 성취를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최근 내가 성취한 것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실 많은 자기 계발서의 저자들이 자신조차도 그렇게 바뀔 줄 몰랐다고 말하지만 그 사람을 옆에서 지켜본 것도 아니고 그들이 이루어 낸 일들을 보면 너무 대단해 보여서 과연 그게 사실일까 의심이 들게 된다. 미라클 모닝을 통해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해도 나는 여전히 이게 나에게도 적용이 될까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회의적으로 시작했던 내가 미라클 모닝을 경험한 사람이 되었다. 어쩌면 저자보다는 나 같은 개인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가능하다는 것을 더 와 닿게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해도 모든 시도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미라클 모닝을 통해 진심으로 자신을 바꾸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었거나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혹시나 지금 이순간 TPO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면 개인적으로 미라클 모닝 책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대화의 흐름에서 나오는 동기부여도 그렇고 글을 정리하면서 다시 읽어봤는데 처음에 의심스러워서 보지 못했던 저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이제 이해되면서 더 매력적인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놀랍지만 난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야, 너두 (미라클 모닝)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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