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루틴 그리고 의식에 대해
습관과 루틴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자주 듣는 단어다. 두 용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혹시 다들 알고 있을까? 전 구글러이자 신경과학을 전공한 Anne-Laure Le Cunff는 그가 만든 플랫폼 Ness labs에서 습관과 루틴, 우리에겐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의식까지 세 가지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 차이를 알고 있다면 우리가 좋은 루틴을 설계하고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습관과 루틴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혼용해서 쓰고 있다. 언뜻 보면 두 용어는 비슷한 느낌을 주긴 한다. 둘 다 정기적이고 반복하는 행동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습관과 루틴의 가장 큰 차이는 얼마나 의도적으로 인지하고 했는가에 있다. 습관은 보통 특정 신호에 촉발되는 자동화된 욕구이다.
회의를 하기 전 커피를 내린다던지, 출근을 할 때 눈에 보여서 들어가는 편의점, 가방을 챙길 때 자연스럽게 챙기는 에어팟 등등 사소한 것부터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상황과 환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도록 하는 신호가 된다. 사실 신호는 복합적이고 습관은 아주 작은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내 습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해빗>에서 웬디 우드는 우리 행동에서 이렇게 신호에 의해 자동으로 촉발되는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3%라고 말했다.
반면 루틴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는 것,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 글을 쓰는 것, 명상, 홈 트레이닝을 하는 것 모두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뇌는 자동적으로 우리가 요가 영상을 켜고 홈트레이닝을 하도록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습관은 거의 의식하지 않고 일어나고 루틴은 더 높은 의도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루틴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습관 형성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습관 고리가 있는데 바로 신호 ⇒ 루틴 ⇒ 보상이다.
여기서 신호는 루틴을 촉발시키는 환경을 말하고 루틴은 우리가 습관화하거나 지속하고 싶은 행동인데 이상적으로는 작고 행동 가능한 단위여야 한다. 너무 야망 있게 잡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보상은 뇌에게 특정 습관 루프가 미래에 기억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단이다. 신호에서 루틴을 시작하도록 연결고리를 강화하기 위해서 루틴 행동 자체가 주는 보상이 필요하다. 이 보상은 즉각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루틴을 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면 가장 좋다)
가장 힘든 부분이 신호를 받았을 때 루틴을 시작하는 것인데, 습관이 아닌 상태에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습관 형성 책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더 쉽게 만들 수 있는지 방법을 많이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존의 습관 (이미 습관화되어 있는 행동)에 루틴을 쌓는 방법이 있다. BJ Fogg에 의해 설계된 것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습관에 새로운 작은 습관을 앵커링 해서 처음 시작을 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서 일어나 평소 물 마시는 습관이 있으면 물 마시면서 약을 같이 먹기로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스트레칭 영상을 켜기로 하고, 스트레칭이 끝나면 글쓰기를 한다. 루티너리에서 습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Anne-Laure는 루틴의 생산성적인 측면을 넘어선 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의식은 특성상 루틴보다 더 많은 에너지 더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의식(Ritual)이란 용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은 아니다. 보통은 '항상 시험을 치기 전에 하는 의식이 있어' '중요한 미팅 전에 하는 의식이 있어' 이런 식으로 특별한 상황 전후에 사용하는데 이것도 의식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의식은 '목적의식이 있는 더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한다.
굳이 영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더라도 단순히 행동을 완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험 자체에 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어나서 잠자리를 정리하거나 양치질을 하는 것은 필요하고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대게 의미와 목적이 있는 일은 아니다. (이건 주관적이므로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설명)
의식적인 행동을 대표적으로 꼽는다면 명상이나 일기 쓰기가 있다. 이런 행동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의 현재 마음 상태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나의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마음을 재정돈하면서 단순히 행동의 완수나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 방향성과 같은 의미를 준다.
하지만 의식은 특정 행동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행동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데 Anne-Laure이 설명한 예를 보자.
샤워를 하면서 피부로 떨어지는 물의 감각과 생각이 흘러가는 것을 집중해본다. 그럼으로써 몸과 마음의 연결을 더 잘 인지할 수 있다.
식사를 할 때 씹고, 맛을 음미하며 식사라는 행위를 더 의식하면 실제로 음식의 맛을 향상하고 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집을 청소하면서도 몸의 움직임과 근육의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렇게 순간의 나의 상태,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을 마음 챙김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 앱 '헤드 스페이스'의 창시자 앤디 퍼디컴의 책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에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자세로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명상은 알아차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며, 일상에서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마음 챙김을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일상을 통해 알아차림을 느끼는 것을 수련한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습관은 내가 인지하지 않고 환경에 의해 촉발되는 행동
루틴은 어느 정도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행동
의식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필연적으로 습관, 루틴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몰입하는 행동
이라고 볼 수 있다.
Habits, routines, rituals, https://nesslabs.com/habits-routines-rituals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앤디 퍼디컴
<해빗>, 웬디 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