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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Sep 27. 2020

루티너리를 처음 쓰는 사람들에게

7개월 써보고 말하는 루티너리 사용법

놀랍게도 루티너리를 쓴 지 벌써 7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2개월 사용 후 올렸던 브런치 글 (루티너리를 2개월 써보고 느낀 것)을 쓴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2020년 2월 26일부터 가장 오랫동안 루티너리를 써왔고 (최대 연속일은 다른 사용자에게 밀려버렸지만...) 7개월 중 120일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모닝 루틴을 해온 사용자의 입장에서 루틴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팁을 한 번쯤은 공유해보고 싶었다.


아침 루틴과 자기 전 루틴


이번 글은 전문적인 의견도 아니고 제작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루틴을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고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얘기해두고 싶다. 사실 7개월이란 시간은 무언가를 제대로 했다고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루티너리를 쓰지 않더라도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아침과 저녁을 루티너리 하게 보내온 많은 루틴 고수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혹시 그런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더 나은 인사이트나 루틴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의견이 있다면 공유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글을 보기 적합한 대상은 투두 리스트는 익숙하지만 원하는 습관을 형성하고 루틴화 해본 적이 없는 사람 또는 루티너리 초기 사용자 즉, 몇 개월 전의 나 자신이다. 이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루틴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을지 상상하면서 써보았다. 


첫째, 이미 익숙한 (이미 습관화된) 행동으로 루틴 시작하기


세 번째까지는 정말 어려운 게 하나도 없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건 루티너리 튜토리얼에서도 설명하긴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자세히 말하고 있진 않은데,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히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작하는데 아무런 부담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첫 번째 습관은 "잠자리 정리하기"다. 이건 이전에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이미 익숙해진 행동이기도 하고 사실 잠자리를 정리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 행동이 아니다. 시작하면 당장 내게 부담되는 일은 없고, 정리를 완료하면 자연스럽게 다음에 할 일을 하게 된다.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다음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중간에 익숙한 행동이 들어가는 것은 (루틴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겠지만) 습관화를 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시작할 때 어떤 습관으로 시작할지에 초점을 두면 좋겠다.

루틴을 만들 때 어떤 일이 내게 가장 익숙하고 부담스럽지 않은지 생각해보자.


둘째, 시간은 너무 길지 않게 잡기


아마도 루티너리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이미 습관이 되어 있는 걸 루티너리로 다시 하는 케이스는 드물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 잘 깜박하거나 하다 말다 하던 행동을 습관화시키기 위해 루틴을 만드는데, 긴 시간으로 할 일을 설정하면 금방 집중력을 잃거나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때 긴 시간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나는 지금도 최대 30분으로 잡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30분은 내게 너무 길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아침에 독서 습관을 넣을 예정인데 평소 아침에 책을 항상 읽는 편이 아니었다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건 너무 쉽다고 여겨질 만한 시간을 잡자. 10분, 5분, 3분도 괜찮다.

시간을 작게 잡는 건 단순히 쉽게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미라클 모닝>에서 할 엘로드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제임스 클리어도 언급한 방법으로 짧은 시간의 행동도 반복하다 보면 그 행동이 나의 정체성을 만들고 그 행동을 지속하고 강화시킬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진 의욕이 넘친다고 해서 스누즈 버튼을 누르고 책을 더 읽으려 하지 말고 짧은 시간 동안 완수하는데 집중해보자.



셋째, 모닝 루틴만 하지 말고 자기 전 루틴을 같이하기


이전에 한번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할 때 모닝 루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기 전 루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아침을 보내는지는 그전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로 결정이 된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두 알고는 있을 것이다. 나도 알곤 있었지만 자기 전 휴대폰을 보다 잠드는 일이 너무 익숙해서 자기 전 루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휴대폰을 내려놓는 게 어려웠었다. 

저녁에는 특히 거의 모든 의지가 바닥이 나고 지쳐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대거나 눕게 되고 생각하지 않고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켜는 것이다. 단순히 그게 "쉬운" 일이기 때문에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저녁에는 그래서 "쉬운" 행동들을 루틴에 넣고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몸을 이완시키거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명상, 스트레칭, 일기 또는 차 마시기 같은 활동을 하다 보면 휴대폰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잊힌다. 그리고 다음날 굉장히 개운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잠을 깨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100퍼센트가 98퍼센트보다 더 쉽다 (훨씬✨)


주중에만 루틴을 하고 주말에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초반에 그런 식으로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초기에 루틴을 만드는데 굉장히 좋지 않은 선택이다. 한번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생기면 주중이 되어도 마음속으로 어떤 자기 합리화를 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 사람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이유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하다면 추천해보고 싶긴 하다. 매일 루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 오늘은 할지 말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무조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말에는 쉴 시간이 필요한데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만큼을 해야 한다기 보단 같은 루틴을 하되 모닝 루틴이면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 늦추거나 (최대 1시간 정도가 좋다고 한다) 주중에는 필요했고 주말에는 필요하지 않은 행동은 짧게 줄이거나 없애는 식으로 변화를 주면 좋다. (주말을 위한 행동을 추가하는 것은 이 단계가 지나고 나서 이야기다)


다섯째,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특히나 모닝 루틴의 경우 아무리 전날 자기 전 루틴을 하고 제 때 잠이 들었다 해도 그 전날이나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피곤하고 제때 못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원하는 시간에 못 일어나면 그 날 하루가 엇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할 엘로드는 미라클 모닝을 유지하는 건 처음 10일이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30일일 때도 50일일 때도 고비가 한 번씩 왔다. 심지어 지금도 한 번씩 오늘은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특히 주말에) 그러니 루틴이 익숙해졌다고 해도 수시로 연속일을 0으로 만들고 잘해오던 루틴을 멈추게 만드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늦었다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 생각이 들 때는 늦지 않았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하루아침으로 결정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는 점진적이고 멀리 보았을 때 얼마나 지속했는지가 중요한 게임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해서 일부분을 완료하거나 짧게 수행하면 그 행동은 그대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의 정체성으로 쌓이게 된다.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좋다. (내 분석의 모닝 루틴에서도 보면 듬성듬성 완료도가 낮은 루틴들이 보인다.)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익숙하고 쉬운 행동으로 루틴을 시작하기 (물 마시기, 잠자리 정리 등)

처음 할 때 각 습관의 시간은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짧게 잡기

모닝 루틴은 자기 전 루틴과 같이하기

주중 주말 없이 매일 하기

정해진 시간보단 지속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사실 지금까지 말한 팁을 보고 '뭐야, 별거 없네?' 하고 생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루틴은 어떤 것보다도 내 하루하루를 잘 지탱해준다. 

올해의 반 이상을 루틴을 하며 보냈다는 개인적으로도 조금 놀라운 일이긴 하다. 하루를 보았을 때는 작은 성공이지만 긴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상상 이상의 변화를 많은 사람들과 같이 경험해보고 싶다. 2개월 차에도 했으니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루틴을 하며 얻은 것들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120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저녁 15분씩 스트레칭을 했다. => 스트레칭하기 전 늘 달고 살던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
12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 변화는 못느끼고 있지만 꾸준히 먹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만족하고있다.
120일 동안 매일 15분 (최근 한 달은 30분으로 바꿨다) 글을 썼다 => 2250분 (=37.5시간)
120일 동안 매일 감사일기를 썼다. => 요즘 한 달 주기로 회고를 하는데 한 달 동안 감사했던 일들을 보면 잘 살았구나 생각하게 된다.
120일 동안 매일 30분씩 개발 공부를 했다 => 3600분 (=60시간)
120일 동안 매일 아침 30분, 자기 전 15분 책을 읽었다 => 5400 시간 (=약 18권)


아침 (하단 감사일기, 공부 30분, 확언 10분, 독서 30분), 저녁 (마지막 습관 슬립사이클켜기) 루틴(아침은 오늘 완료해서 완료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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