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홍천에서 봤던 설경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계절을 그리워하는 본능이 있는 것 인지, 나는 늘 겨울을 기다리고 동경한다. 그런 나에게 봄이 오려 하는 3월에 본 설경은 판타지적이었다. 눈이 흩날리며 나무를 스치는 듯 하면서도 쌓여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권태로웠던 영혼이 뜨겁게 타오르는 묘한 기분이었다. 나는 사람도 겨울 나무와 같은 사람에게 끌린다. 칙칙하고, 과묵하고, 외로워보이는 사람. 그러나 대화해보면 그 만의 진솔함이 있는 사람. 겨울을 기다리듯이, 늘 그런 인간과의 조우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