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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 Apr 09. 2022

두려웠던 봄과 마주하다

조용한 환희


 서울대 도서관에 갔다. 벚꽃 구경을 하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꽃은 구경 거리가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차가운 사물에 불과했다. 등산하듯이 캐리어를 끌고 도서관으로 올라가서 미셸푸코, 자크라캉 책을 빌렸다. 토요일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교정의 고요함이 좋았다. 이 고요함에 마음이 이끌린 나는, 평소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아무도 없는 교정의 평온 가운데서 이제 막 봄을 향해 피어난 생명들과 마주했다. 애써 그렇게도 피하고 싶었던 비극의 꽃들이 나의 시선으로 들어와, 조용한 환희를 만끽하게 했다. 시든 꽃, 우울한 영화, 고독한 사람이 익숙한, 소극적 영혼을 가진 나로서는 꽤 의외의 희극이었다. 결론은  두려웠던 봄과 한 번은 제대로 교감해서 좋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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