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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Sep 08. 2023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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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병 환자는 손가락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쓰기까지, 쇠약해진 손으로 무게감있는 핸드폰을 손에 쥐어야 한다. 그리고 손가락을 구부려서 자음, 모음... 구분해서 하나씩 누르는데, 그 무차별적인 떨림을 느끼면서 얼마나 절망적이고 슬픔이 들까.


치매 노인이  빗자루를 가족 중 누군가가 훔쳐갔다며, 잃어버린 빗자루 때문에 새벽 2시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면, 누군가 훔쳐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 직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이 찾아보자고 손을 잡고 집안을 돌아다녀야 한다. 그것이 그를 향한 사랑의 방식이다. 그러나 그의 퇴행적인 가슴에도 누군가를 명확히 사랑했던 뜨거운 사랑의 흔적이 잠재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매우 건강하고, 기억력도 좋고... 논리적으로 글을 잘 써서,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단숨에 소설 한편을 써서 줄 수도 있다. 마음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에너지가 크니까 진심처럼 모든 말을 쓸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린 더더욱 불행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만 불행함 속에서 솟아나는 신성한 사랑을

감지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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