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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Sep 11. 2023

눈 오는 밤의 풍경



눈 오는 밤의 풍경


연약하고 얇은 벌레의 날개처럼
펼쳐진 검은 하늘 사이로, 눈이 흩날린다
하늘에는 깨끗한 백조처럼 구름이 떠다닌다
부패해가는 공기로 호흡하는 불안을
수수께끼처럼 고요히 숨겨가며

귀뚜라미의 위안을 닮은 가로등 불빛은
끝없는 슬픔의 회랑처럼 늘어서 있는 거리를
오래도록 비춘다

늦은 새벽까지 잠 못 든, 불꺼진 횟집 수족관에
홀로 살아남은 물고기는 차갑고 어두운 밤의 조명에
사색에 빠진 채, 유리창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퍼즐같이 사선으로 내리는 눈은
차가운 수족관의 유리창을 덮어간다

언젠가 경쾌하게 빛나는 물속에 반사광의 빛이
기쁨의 쨍그랑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와,
이 황량한 풍경에 어떤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누가 이 수족관에 영원의 불꽃을 가져다 준단 말인가?

09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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