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정적으로 하강했다가 상승하는 그 순간에서 불꽃처럼 존재한다. 정점에 도달되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 그 때 사랑은 잠깐이요, 불안은 불가분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 불안이 있기에 사랑도 가능해진다. 그 불안이 깊으면 깊을수록 사랑도 깊어진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꺼졌다 살아났다 하는 행위는 불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그만큼’ 이란 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불안이 커질 수록 꺼짐과 살아남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찰나에’ ‘그만큼 불안하다’ 이 말은 찰나의 그 순간 속에서도 사랑과 불안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요, 같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그러나 그 꺼졌다 살아났다 하는 격정적 불안이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린 금이 간 타자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그 균열이란 무엇인가. 권태로움일 수도 있고, 이별의 상처일수도 있고, 현실적 가난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균열에서 멈춰버리면 불모성 짙은 삶만이 남는다. 다시 꺼졌다 살아났다를 반복했을 때 그 균열을 잊고 사랑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근원엔 불안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시는 말한다. 금이 간 너의 얼굴을 보고 도리어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고. 아니,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라고. 결국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는 죽지 못하는 삶처럼 너의 불안을 사랑하는 것이요, 나 자신이 가진 균열의 망각이다. 그로인해 사랑은 순간의 환희에만 의존하지 않고, 항구성을 지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