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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Sep 23. 2022

갑자기 찾아온 틱장애

독일 생활 적응 후 찾아온 난관


독일에서 생활한 지 6개월이 지났을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내게 달갑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갑자기 안면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며 간지럽고 참을 수 없는 느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얼굴을 쥐어짜듯 안면에 반복해서 빠르게 힘을 주어야 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인중의 근육을 팽팽하게 당겨 원숭이 같은 입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힘을 빼는 것을 반복하거나, 눈을 질끈 감는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신경을 안면 근육에 집중시키는 것 외에는 도무지 이 이상한 감각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틱장애였다.


틱장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었고, 그 가운데 심리적/학습적 요인도 해당된다 한다. 부모님은 걱정된 나머지 지인들을 수소문해 증상에 대해 물었는데, 내 증상이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세 지나가버리는 한 번쯤 겪는 감기 같은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해할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면 분명 적응하기 전에 틱장애가 시작됐어야 하는데, 독일어를 습득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 시점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을 일이었다. 틱장애가 언젠간 끝날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기약이 없었기에 그때의 나는 내가 혹시나 외국에서 못난이가 되어버린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안면근육을  빠르게 팽팽하게 당겨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외에는   있는 것이 없었다.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치 채지도 못한 사이 틱장애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만약  수만 있다면 아무도 이해할 수도, 위로해줄 수도 없는 하루하루를 극복해내야 했던 그때의 어린 나를 살포시 안아 다독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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