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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고 하얀 카네이션? 이게 바로 사랑이지!

《미애의 사유》 2025.05.11.

by 김미애


학교에 다녀온 아홉 살 아이가

엄마에게 줄 것이 있다며

눈을 감으라 한다.


감은 척 살며시 뜬 눈 사이로

아이의 설레는 손길이 보인다.


무언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아이의 두 손 위에는

정성스레 색칠하고 오렸을

카네이션바구니가 들려있다.

가방 안에서 구겨지지 않게 하느라

얼마나 조심조심했을까.


온 마음으로 감탄하고 감동한

내 마음 그대로

아이를 품 안에 꼬옥 안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카네이션이 분명한데,

내 머릿속의 그 색이 아니다.

아이가 그려 온 카네이션은

굉장히 낯설지만

또 굉장히 익숙한 색이다.


가운데가 노랗고 꽃잎은 하얀

그래! 내가 좋아하는 데이지!

아이와 나는 이렇데 생긴 꽃을

계란후라이 같다며 계란꽃이라 부른다.


그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똑같은 그림을 수십 장 인쇄해서

하나씩 나눠주셨겠지

하지만 아이의 손에 든 그 종이꽃은

세상에 하나뿐인 것으로 다시 피어났다.


그 꽃에 색을 채우는 동안 아이는

'우리 엄마는 가운데가 노랗고

꽃잎이 하얀 꽃을 좋아하니까.'

..라는 마음이었겠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아이와 나의 마음속에는 존재하는

이 꽃이야말로 사랑이지.


그렇게 나도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



2025.05.11.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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