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NINETEEN 02

2019년의 뉴욕여행. 뉴욕에서 먹고, 보고, 경험한 19가지 이야기

by 임히엔

NEW YORK NINETEEN

2019년의 뉴욕여행. 뉴욕에서 먹고, 보고, 경험한 19가지 이야기


뉴욕은 뭐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들을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뭐다? 그렇다. 바로 뮤지컬 보기! 뉴욕 하면 역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아니던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떤 공연을 몇 개나 볼까 고민하던 나의 리스트에는 네 가지의 공연이 적혀있었다. 라이언킹, 겨울왕국, 알라딘 그리고 슬립노모어. 그러나 짧은 일정과 예산의 압박으로 원하는 모든 공연들을 볼 수는 없었기에 기본적으로 라이언킹은 보는 것으로 하고 겨울왕국과 알라딘 중에서는 하나만을 선택하기로 했다. 알라딘은 양탄자가 나는 것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보고 싶었고, 겨울왕국의 경우에는 엘사가 Let it go를 외칠 때 의상이 확~ 하고 바뀌는 드라마틱한 모습이 어떻게 무대 위에서 그려질지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정말 너무너무 너무나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유튜브의 겨울왕국 뮤지컬 영상이 결국 나의 선택을 결정지었다.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결국 알라딘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 여행에서는 겨울왕국과 라이언킹을 보기로 했다.


뉴욕에서 뮤지컬을 저렴하게 보는 법을 검색해 보면 로터리, 러시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여행기간이 길지 않고 뮤지컬을 꼭 보고 싶은 사람이었으며, 정해놓은 일정 중 할애할 수 있는 특정 시간에 뮤지컬을 봐야 했기에 티켓마스터에서 미리 예매를 하기로 했는데 사실 처음 예매를 하려고 했던 곳은 그날의 좌석 중 가장 좋은 자리로 골라준다던 다른 사이트였다. 그런데 막상 좌석정보를 받고 보니 티켓미스터에서 예매를 할 수 있는 좌석보다 더 뒤인데도 금액이 오히려 비쌌다. 앞 열의 좌석들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문의를 하니 해당 사이트의 경우 일정 구역 안에서만 지정이 가능하다고 하며 앞열은 프리미엄으로 설정이 되어 지정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사이트를 이용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바로 환불요청을 하고 티켓마스터에서 원하는 좌석으로 지정하여 라이언킹 예매를 하게 되었다.

관람하기로 결정했던 라이언킹과 겨울왕국 중에 나는 라이언킹을 좀 더 좋은 자리에서 보고 겨울왕국은 중간 정도의 자리에서 보기로 결정했는데, 라이언킹의 경우 1층 중앙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이드 블록의 꽤 앞 쪽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장한 민스코프 극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극장에 들어서니 말 그대로 라이언킹 왕국이었다. 의류부터 귀여운 인형까지 눈을 사로잡는 굿즈도 인상적이었지만 내 눈에 더 신기했던 것은 바로 음료를 살 수 있는 코너가 있었고, 심지어 그 음료를 좌석까지 가지고 들어가서 마시면서 볼 수 있는 관람문화였다. 한국 공연만 봐왔던 나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그리고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음료를 담아주는 컵이었다. 라이언킹 포스터가 붙여진 리유저블컵이었는데 아주 내 맘에 쏙 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음료를 산 것도 정말 목이 말라서가 아니고 순전히 이 컵이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랑에 빠지기에는… 3초면 충분합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나만의 뉴욕여행 기념품이 생기는 순간이랄까 ♪ 라이언킹 컵은 이후에 산 겨울왕국 리유저블 컵과 함께 고이 캐리어에 담아 한국까지 잘 모셔왔다.



그리고 8시 제시간에 맞춰 시작한 라이언킹은 소문대로 엄청난 공연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엄청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엄청난 헤드뱅잉을 선보였다. 아무리 여행의 즐거움이 커도 시차가 주는 졸음은 피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미국시간 오전 11시 반쯤 도착하여 저녁 8시에 시작된 공연. 그전에 한국에서 출발한 시간과 비행시간을 생각해 보면 거의 이틀째 수면 없는 삶을 보내고 있는 것과 같았으니 졸음이 밀려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이건 봐야 해~’ 하며 필사적으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애니메이션 계에 길이 남을 악역 스카 아저씨였다. 무대 내내 색깔 있는 연기와 아우라로 시선을 끄시더니, 내 비록 영어실력이 훌륭하지 않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중간에 앵무새 자주와 겨울왕국 엘사 이름을 들먹이며 애드리브를 칠 때는 혼자 빵 터져서 스카 아저씨의 팬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에 커튼콜 영상을 찍을 때도 은근 스카 아저씨를 중심으로 찍었던 것은 안 비밀 ♬


두 손을 들어 인사하는 스카 아저씨


그리고 여행 첫날 라이언킹을 보며 신나게 헤드뱅잉을 했던 나는 여행 6일 차에 다른 곳에서 숙면을 취하는 관객을 보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엘사와 안나의 고향, 아렌델 왕국이었다. 나와 친구 옆쪽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여자분 두 분이 앉아있었는데 그중 한 분이 세상 깊은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분이 깊은 잠에 빠진 동안 스토리는 흐르고 흘러 드디어 엘사의 옷이 확 바뀌는 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전혀 일면식도 없는 내가 ‘이제는 눈을 떠야 해!’ 하고 흔들어 깨워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와중에 맞이한 엘사의 옷 바뀌는 모습은 정말.. 노트북 작은 영상 속에서 보던 모습을 라이브로 보니 그 드라마틱함이 더욱 느껴지면서 소름이 쫙 돋았다! 전반적으로 겨울왕국 공연은 영상을 굉장히 잘 써서 생각보다 더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역시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리고 겨울왕국 공연장에도 다양한 기념품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는데, 담요와 올라프 인형 앞에서 너무나도 내적갈등을 겪었으나 간신히 참고 넘어갔다.



이 날 공연 시작 전에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나의 바로 앞 줄에 앉은 가족이 나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안겨주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남매가 그 주인공이었다.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매 중 누나가 겨울왕국의 광팬이었나 보다. 공연 시작 전에 노래 따라 부르지 말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니 남동생이 누나를 가리키며 마치 너에게 하는 안내라는 듯이 “에~~~~” 하고 장난치는 모습이 정말 찐 현실 남매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겨울왕국과 잘 어울리는 귀여운 남매 팬이었다.


앞서 라이언킹 공연에서 처음 음료컵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나만의 뉴욕여행 기념 아이템을 발굴한 내가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체크한 것은 다름 아닌 음료코너였다. 겨울왕국의 컵은 과연 어떤 모습일 것인가? 하며 음료코너를 서성이니,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점이 없는 푸른색 뚜껑의 리유저블 컵이었다. 그러나 그 컵에 얼음이 부어지고 스프라이트가 들어가니…?! 평범했던 컵이 빙하가 떠 다니는 아렌델 왕국의 바다로 바뀌었다! 와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의도했다면 너무 멋진 아이디어가 아닌가?


아렌델왕국에 꼭 맞는 겨울왕국 컵


이렇게 겨울왕국의 컵까지 보고 나니 알라딘을 포기했던 과거의 나에게 반성문 백 장이라도 쓰게 하고 싶어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라딘을 볼 시간을 냈어야 했는데! 알라딘 이야기가 펼쳐지는 극장에는 어떤 굿즈들이 있을지... 아니, 사실 음료컵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다음에 뉴욕에 오게 되면 꼭 해야 할 일 한 가지가 자동으로 정해지고야 말았다. 바로 알라딘 뮤지컬 보기! (...라고 쓰고 알라딘 컵 사러 가기라고 읽는다. 후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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