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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Nov 22. 2023

멜버른 서점 투어, 일기를 곁들인

Day 3 )  2023년 8월 31일 part 1

2023년 8월 31일 목요일
오늘의 일기 part 1 - Day 3 그림기록 (1)
퍼핑빌리 투어 (ft. 사사프러스 동화마을)

멜버른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점찍어 두었던 투어가 바로 퍼핑빌리 투어였다. 토마스기차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 증기기관차를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 사람마다 개인취향이 있을 텐데 퍼핑 빌리는 그야말로 딱 '내 취향'의 관광상품이었다. 직접 퍼핑빌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을 할 수도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이미 매진이 된 상태. 게다가 퍼핑빌리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개인적으로 가기에 살짝 번거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버스로 편하게 갈 수 있는 반일투어를 예약했다. 반일투어의 경우 사사프러스라는 마을까지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혼자 가는 여행객에게는 꽤 괜찮은 구성이다. 


미팅 포인트에서 버스를 타고 달려서 도착한 퍼핑빌리 기차역. 이미 기차를 타기 위해 모인 많은 관광객들로 역은 붐비고 있었다. 퍼핑빌리 기차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바로 기차 창가에 걸터앉아 뿜어져 나오는 증기를 보며 굽이진 숲 속을 꺾어 들어가는 클래식한 기차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차의 오른쪽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 그렇기에 역 내부로 들어간 관광객들은 빠른 걸음으로 흔히 말하는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역시 그 무리에 속해있었고 다행히 명당이라는 오른쪽 자리 중 하나를 선점할 수 있었다. 


퍼핑빌리 기차를 운영하는 분들은 모두 이 마을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이라고 한다. 퍼핑빌리 기차가 이 마을의 굉장히 큰 수입자원이기 때문에 모두 미소 띤 얼굴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출발 전 기차 안으로 들어가 재밌게 유의사항을 설명해 주고, 기차가 출발할 때에는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한다.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 그렇게 배웅을 받으며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느낀 퍼핑빌리 투어는 must로 가야 할 관광지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적인 호불호도 갈릴 것 같고, 나처럼 겨울에 가는 경우 3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찬 바람을 맞으며 두 다리를 내놓고 기차를 타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게다가 기차를 꽉 매운 사람들로 인하여 인터넷으로 보았던 '이상적인 광경'과 '현실의 갭'을 그대로 느끼기도 했다. 굽이진 철길을 그대로 따라가며 꺾이는 벽돌색의 증기기관차는 어찌 보면 해리포터가 생각나는 느낌이라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내 카메라에는 그러한 이상적인 광경 대신 기차를 가득 매운 사람들의 셀카봉을 끼운 카메라 화면만이 잔뜩 담길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만 보았던 칙칙폭폭 증기기관차의 실물을 보며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어느새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버스로 잠시 이동하여 도착한 사사프러스 마을. 마을을 둘러보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짧고 날도 매우 추웠기 때문에 스콘으로 유명한 Miss Marple's Tea Room으로 바로 향했다. 11시 오픈이었고 내 경우 오픈 바로 직전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아직 줄이 서 있지 않은 상태였다. (심할 경우 오픈 전부터 줄이 이미 서 있다고 한다.) 그래서 11시 땡 하자마자 들어가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곳의 스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스콘과 그 모습부터가 다르다. 보통 스콘이라고 하면 주로 동그랗거나 세모진 모양으로 씹거나 자르면 사삭 부스러지면서 씹으면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데, 이곳의 스콘은 조금 더 하얀 색깔에 푹신하고 포슬포슬한 스펀지케이크와 같은 느낌이다. 잼이나 크림을 발라먹는 것은 다른 스콘과도 같아서 함께 나온 라즈베리 잼과 함께 먹으니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Queen Victoria Market (퀸 빅토리아 마켓)

반일동안의 퍼핑빌리 투어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사사프러스 마을에서 스콘으로 브런치를 대신했기 때문에 바로 퀸 빅토리아 마켓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우스멜버른 마켓과 비교했을 때 퀸 빅토리아 마켓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좀 더 현지인이 가기 좋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의 모습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일단 규모자체가 매우 넓어서 실내 쪽에는 해산물과 육류, 식품 중심으로 가게들이 모여있고(유명한 마켓레인 커피도 실내에 자리 잡고 있다), 밖으로 나가면 더 큰 규모로 과일과 굿즈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사우스멜버른 마켓의 경우 거주하는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게 있었다. 해산물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었고 식재료와 해산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소소한 아이템들도 꽤 있어서 기념으로 살만한 것들도 나름 많았는데, 퀸 빅토리아 마켓은 정말 시장 기능에 충실한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내가 만약 멜버른에 거주하는 사람이었다면 고기와 해산물, 과일을 사러 자주 올 것 같은 생활에 밀접한 시장이랄까? 게다가 나는 이곳에서 식사를 할 예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그냥 지나쳐야 했던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하나의 이유일 것 같다.


Royal Historical Society Victoria 

멜버른에 여행을 가서 이곳을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실 이곳은 멜버른 서점을 검색하다가 나온 곳이다. 들를 예정이었던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도보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묶어서 함께 가기로 하고 지도에 표시를 해 두었더랬다. 그렇게 찾아간 이곳은 사실 서점이라기보다는 지역 기관과 같은 곳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들어가는 것부터 조금 헤매고 말았다. 입구 앞에서 여기가 맞는지, 문은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한껏 외지인의 향기를 풍기며 오락가락했는데, 알고 보니 자동으로 열리는 자동문이었다. 


뭔가 게임 미션을 하나씩 깨는 것처럼 겨우 내부로 들어가니 이제 내가 찾는 서점 공간이 어딨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의 TV 스크린에 Bookshop 이벤트가 나와있었지만 '그래서 그 Bookshop이 어디라는 거지...?' 하며, 2층으로 올라가 볼까 망설이고 있는데 오른쪽 문에서 한 여성분이 전화를 받으며 나오는 것이었다. 럭키! 그분께 여쭤보니 웃으며 본인이 빠져나온 오른쪽 문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따뜻한 느낌의 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입구부터 공간 중앙 부분 정도까지 책장에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었고 이곳이 내가 찾던 Bookshop이었다! 상업적인 서점이라기보다는 마치 구청이나 시청에서 작게 마련한 시민들을 위한 서점 겸 도서실 느낌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누가 봐도 여기에 올 이유가 없어 보이는 관광객의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데스크에 앉아있던 직원분은 쾌활한 목소리로 'Hello'를 외쳐주었다. 사실 문을 열어 이곳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내가 제대로 온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멈칫했더랬다. 그리고 아무리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도 평일 낮에는 당연히 주로 직장에 있지 이곳을 많이 찾지는 않을 터. 그래서 내부는 매우 조용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곳에 들어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직원 분의 '안녕'이라는 인사 하나가 소심한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비록 내가 찾던 그런 서점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직원 분의 친절한 인사만으로도 나에게 따뜻함을 안겨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단순히 잘못 찾아간 곳이 아닌 나에게 따뜻한 멜버른의 모습을 보여준 또 하나의 장소로 남아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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