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J는 2007년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에 우리 가족이 살던 성남에서 태어났다. J가 한 살 반이었던 2008년 여름, 나는 두 아들과 아이들의 엄마를 대동하고 토론토에 내렸다. J는 건강했고 세 살 많은 형이 그랬던 것처럼 정상적으로 발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옆에서 소리를 질러도 쳐다보지 않을 때,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짐작했다. J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허공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나는 J가 TV에 빠져 못 들은 척 한다고 생각해서 매우 화가 나기도 했고 청각 장애가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했었다. 변명이지만, 당시 캐나다에 막 도착한 이민자로서 낮은 시급의 인턴일을 하면서 좀 더 나은 정규직을 찾느라 바빴고 J의 양육은 영어도 잘못하는 와이프에게 전적으로 맡겼을 뿐 별 다른 신경을 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자폐성 장애의 전조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고 죄책감도 느껴진다.
사실, 영유아기에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많은 경고 신호가 존재한다. 자폐 진단은 세 가지 큰 구분에서 발생하는 결손과 행동을 측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의사소통 결손, 제한적인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 사회성 상호관계 결손 등이 그것이다. 특히, 다음 목록에 부합하는 특징이 많이 보일 경우, 아이의 발달이 비정상적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해당한다면, 가정의나 소아과 전문의(한국의 경우 언어치료사, 정신과 의사, 소아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 판정을 위한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1]
- 11개월까지 옹알이를 하지 않는다.
- 12개월까지 손 흔들기, 다가서기, 다른 사람 가리키기 등의 몸짓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 16개월까지 말을 하지 않거나 24개월까지 두 단어의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 이름을 부를 때 그 반응이 일관적이지 않다.
- 이미 습득한 언어나 사회성을 상실한다.
- 비정상적이고 반복적인 방식으로 손가락, 손 혹은 온몸을 움직이거나 잡는다. 발끝으로 까치발을 하고 걷기도 한다.
-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한다. 예를 들면, 모서리를 따라 쳐다보거나 늘어진 선 혹은 눈 앞에 가까운 물체를 주시한다.
- 특정한 촉감, 소리, 빛 등에 강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면, 옷을 입지 않거나 완전히 덮는 옷을 원한다. 귀를 막거나 불빛을 응시한다.
-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특이한 방법으로 다룬다. 예를 들면, 줄 세우기, 돌리기, 냄새 맡기, 열고 닫기 등 전체가 아닌 부분을 가지고 논다.
- 정해진 순서를 고집한다. 특별한 방법이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행동하고 특별한 경로나 음식을 요구하며 작은 변화만 있어도 안정을 찾기 어렵다.
-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사물을 쳐다보는데 더 관심을 가진다.
- 전등 스위치, 문, 선풍기, 바퀴 등 비정상적인 관심을 보이고 주위를 돌리는 것이 어럽다.
- 비정상적인 두려움을 보이지만 어른을 통해 안정을 구하지 않는다.
- 고통이나 온도의 변화에 둔감한 것처럼 보인다.
- 가족 외의 사람과 눈 맞춤이 일관되지 않거나 부족하다.
- 편안한 상태에서도 '까꿍' 같은 부모의 놀이 시도에 반응하지 않는다.
- 관심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손짓을 통해 보여주지 않는다.
- 거의 웃음을 보이지 않거나 따뜻한 감정이나 즐거운 표현을 주고받지 않는다.
- 오랜 시간 혼자서 보내는 것을 즐긴다.
- 부모의 관심을 끄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누가 손짓을 해도 따르거나 주시하지 않고 장난감 혹은 다른 사물을 부모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 자신만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표정이나 몸짓에 반응하지 않는다.
- 다른 아이들이 다가오거나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을 피하거나 무시한다.
이 외에도 좀 더 간단한 조기 신호 목록[2]과 질답 방식의 ASD 평가[3] 등도 Autism Speaks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Autism Ontario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ASD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문구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치료될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조기 개입입니다.
자녀가 보내는 ASD 경고 신호를 인지하고 빨리 행동하세요.
1. http://autismontario.novosolutions.net/default.asp?id=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