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의 발달 저해와 파괴가 자폐증을 유발한다.
신경독물질(neurotoxins)은 신경세포를 파괴하거나 중독시킨다. 신경독물질은 신경세포의 발달과 성숙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광범위한 외인성(exogenous) 화학물질이다. 또한 비정상적인 접촉을 통해 신경학적 독이 될 수 있는 내인성(endogenous) 물질을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신경독물질의 흔한 예로 납, 알코올(술), 망간, 글루탐산(MSG), 일산화질소, 보톨리눔(botulinum)독 (보톡스에 사용되는 바로 그 독), 파상풍독(tetanus toxin), 복어독(tetrodotoxin) 등이 있다. 이 중에 일산화질소나 글루탐산은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위한 필수물질이며, 그 농도가 과다할 때만 독성을 나타낸다. 신경독물질은 세포막을 통해 이온 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나 시냅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신경독성물질의 국소적 병리는 신경 흥분독성(excitotoxicity)이나 세포자살(apoptosis) 형태는 물론이고 신경아교세포(glial cell)의 손상으로도 나타난다. 거시적인 신경독물질 노출 증상은 지적장애, 영구기억결손, 간질, 치매와 같은 중추신경계(CNS)의 손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1]
자폐증 연구에 있어 사용되는 독물질 중에 발프로에이트(valproate)라는 약이 있다. 아마도 이런 독물질의 존재는 신경독물질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더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사실, 발프로에이트는 간질, 조울증(bipola disorders), 편두통(migraine)의 치료에 이용되는 약물이다. 이 발프로에이트를 이용한 시험 결과, 약물에 노출된 세포들은 노출되지 않은 세포들과 비교할 때, 뇌 세포의 신호전달과 발달에 수반되는 작은 분자들을 더 많이 분비했다. 이 약의 부작용으로 복용한 사람들의 일부 자손들에서 자폐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서는 발프로에이트를 분화되지 않은 배아 줄기세포와 전구 신경세포에 접촉시켰을 때, 과도한 화학물질을 유도하여 신경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구체적인 기작은 발프로에이트를에 노출된 세포들의 글루탐산 대사가 증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떤 원인으로 자페증이 발생하는가를 이해하는데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과도한 글루탐산은 뉴런을 사멸시킨다. 뇌가 형성될 때 글루탐산 수치가 높아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뉴런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자폐증 환자의 뇌는 정상인들과 비교하여 이들 뉴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부위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발프로에이트가 왜 일부에서만 자폐증을 유발하는지 어떻게 뇌의 발달에 다르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2]
신경독물질이 인류의 역사에 등장한 것은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포도주에 첨가하는 물질로 유행했던 "납설탕(sugar of lead)"이라는 것은 독물질이만 달콤한 맛을 원하는 많은 로마인들을 중독시키기도 했다. 신체 기관 중 가장 중요한 두뇌를 보호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 단단한 두개골을 갖춘 것을 비롯하여 이와 같은 신경독물질과 기타 위험한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종의 방화벽 같은 기관도 만들어졌는데, 바로 혈액두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다.
두뇌도 영양분을 섭취하고 노폐물을 배출해야 하는데, 신체에서 이런 운반 작업은 혈관의 혈액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혈액은 독물질을 함유할 가능성이 있어 그대로 신경세포에 도달할 경우 대규모 신경조직 괴사를 가져올 수 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BBB로 빽빽한 소수성(hydrophobic) 막을 형성하여 고분자 혹은 친수성 물질을 차단하고 직접적인 혈액의 흐름이 없어도 모세혈관을 둘러싼 별아교세포(astrocytes)를 통해 영양분과 같은 필요한 물질을 간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격리벽과 같은 기관이다. 하지만 신경독물질의 공격도 다양하게 진행되어 일부 소수성이며 저분자 혹은 별아교세포의 기능을 저해하는 특정 신경독물질은 BBB를 통과하여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현재까지 발견된 잠재적인 신경독물질도 750~1000 가지에 달하고 있다.
영유아기에 외인성 독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은 (부모의 관심과 보호를 감안한다면) 비교적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인성 독물질을 이 시기에 신경을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인성 신경독물질과 영향을 살펴보자.
1. 일산화 질소(NO)는 신경계에서 의사소통과 신호전달에 사용되는 흔한 물질이지만 대뇌의 혈류를 증가시켜 국소빈혈(ischemia)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독성은 글루탐산 흥분독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보이는데, NO가 칼슘의존성을 보여 글루탐산 흥분독성을 가속화시키는 NMDA 활성화 매개체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DNA 손상과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를 일으키기도 한다. 만약 국소빈혈 부위가 CNS라면 심각한 독성 효과를 가져온다.
2. 글루탐산은 CNS의 회백질에 전반적으로 소량의 농도로 분포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이다. 하지만 농도가 올라가면 흥분독성을 나타내고 주변의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간질, 뇌졸중의 핵심병인이자 합병증의 원인 물질이다.
3. 도파민은 보상심리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하지만 신경 내부에서 전자 전달을 교란시켜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를 괴사시킬 수 있는데, 이 교란으로 세포호흡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0. 커버 이미지: 혈액두뇌장벽(BBB)에서 모세혈관을 둘러싼 별아교세포. Credit by Ben Brahim Mohammed - Own work
1. https://en.wikipedia.org/wiki/Neurotoxin
2.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07/12/071213170722.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