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세계에서 치료법을 찾아라
줄기세포와 더불어 첨단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기술이 바로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이다. 밀리미터보다 10만 배, 마이크로미터보다 1,000배나 더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기술의 영역은 여러 가지 유망한 미래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2009년,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특정 나노입자를 임신한 쥐에 투여했을 때, 발달 중인 쥐의 태아가에서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것은 나노입자인 티타늄 이산화물(TiO2)로서 인공적인 물질이 생물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연구팀을 주도한 켄 다케타(Ken Takeda)는 티타늄 이산화물의 광촉매 특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공기와 물의 정화, 표면 청소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번 실험 결과로 특정 나노입자들은 인간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임신한 쥐에 티타늄 이산화물 나노입자를 투여했으며, 수컷(역시 발달 중에 신경세포의 변화에 취약한 것은 수컷이기 때문일까?) 쥐의 태아 혹은 생후 16일째 새끼 쥐의 두뇌를 이용해 실험용 시료를 준비했다. 이 시료를 대조군과 비교한 연구팀은 수백여 개 유전자들의 발현에서 변화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노입자에 의해 변화된 유전자들과 관련된 질병에는 아동기에 생길 수 있는 자폐증, 간질, 학습장애 등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Alzheimer)병,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통합실조증 혹은 조현병), 파킨슨(Parkinson)병과 같은 성인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들도 있다.
나노기술은 분자 수준에서 벌어지는 공학이다. 나노입자로까지 줄어든 물질들은 우리에게 보통 익숙한 물질들과는 다르게 활동한다. 반응성, 부피 대비 표면적 등의 각종 성질들이 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타늄 이산화물이 큰 입자를 이루고 있을 때는 보통 페인트나 햇빛차단제에 쓰이지만, 나노입자가 된 티타늄 이산화물은 코팅이나 자가청소(self-cleaning) 표면 등에 쓰인다. 하지만 이 나노입자의 생체 효과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이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실험 데이터를 직접적인 건강상 효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게다가 실험에서 사용한 나노입자들은 일부러 고농도를 투여했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의 일어나는 미세한 노출의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1]
나노기술의 파생 분야인 나노의학(nanomedicine)을 좀 더 살펴보면, 그 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노의학은 나노물질, 생물학적 기기, 나노전자 바이오센서, 생물학적 기계(나노로봇)와 같은 분자 수준의 나노기술 응용도 포함한다. 의학적인 응용 분야로는 약물전달, 생체 이미지 촬영(in vivo imaging)과 같은 시각화, 칩실험실(lab-on-a-chip) 등을 이용한 진단, 혈액 정화, 조직 재생, 의료기기 등이 있다.[2]
1.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09/07/090728201737.htm
2. https://en.wikipedia.org/wiki/Nano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