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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Dec 17. 2021

04 바람 부는 날

 아침 기온 4℃. 이 정도 기온이면 내 기준으로 반팔에 얇은 패딩조끼, 바람막이면 되는데.. 

나가자마자 강풍을 만났다. 강변에 바람은 항상 불지만 조금 더 세게 부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었다. 

하필 뛰기 시작하는 방향으로 세게 부는 날이라서 처음 2.5km는 바람을 뚫고 뛰었다. 

 똑바로 고개를 들고 걸으면 모자가 벗겨질 것 같아서 약간 비스듬하게 숙이고 바람을 최대한 비켜가면서 뛰는데 '아, 반대로 뛸까?' 싶은 생각이 슬슬 났다. 

동시에 '지금 반대로 뛰면 돌아올 때 또 바람을 맞아야 되는데, ' 하는 생각. 

 돌아올 때 편하게 오는 것을 택하고 바람을 맞으면서 뛰다 보니 웃음이 났다. 지금 앉아서 생각해보니 어떻게라도 덜 날리면서 뛰려고 하는 내 모습이 웃겼던 것 같다. 뭔가 우스운 건 아니고 -그 자조한다거나, 비웃음이 아니라-  진짜 웃겼다. 'ㅋㅋㅋ' 이 감정이랄까. (오랜만에 내가 나한테 웃음을 줬다.) 

 그리고 바람맞느라 정신이 없어서 평소보다 더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반환점까지 가는데 평소에는 저 

까지 갈까, 여기서 돌아갈까, 3km만 뛸까 하는 생각이 틈틈이 나곤 하는데, 오늘은 그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람을 맞았다. 바람과 사투(?)를 벌이다 보니 금방 반환점에 도착했고 돌아오는 길은 바람의 도움을 받으며 슬슬 편하게 뛰었다. 바람이 정말 '쎄게' 부는 날은 바람이 등을 쭉쭉 밀어준다. 


 뛰면서 사계절을 느낀다는 건 생각했는데, 날씨도 생생하게 경험한다는 걸 깨달았다. 

 맑은 날 뛰는 게 나는 제일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바람 부는 날을 세차게 겪어보니 흐린 날, 비 오는 날도 뛰어보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게 생긴다는 건 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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