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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다문화 가족 자긍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by coffeetrip


시골 마을의 놀라운 이야기: 다문화가 우리 삶 속으로


최근 시골 마을에서 한국인 부모를 둔 아이가 "부모님 두 분 다 한국인이어서 따돌림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필자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일 민족'이라는 전통적인 인식과 달리, 다문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다문화는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문화청소년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다문화청소년은 단순히 '청소년'이라는 큰 범주 안에 속하지만, 그들이 겪는 경험과 고민은 우리 사회의 모든 청소년이 겪는 보편적인 발달적 특징을 포함하면서도, 동시에 그들만의 특수하고 복합적인 상황을 안고 있다.


즉, 다문화청소년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모든 청소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일이며, 더 나아가 급변하는 사회적 현상과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다문화청소년의 성장은 우리 사회 전체의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숨겨진 뿌리: 역사를 통해 만나는 다양성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을 '단일 민족 국가'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 사회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유입되고 융합되며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귀화 성씨'의 역사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신라의 4대 왕이 된 석탈해는 바다 건너 용성국에서 온 인물로 전해지며, 고려 시대에는 베트남 왕자 이용상이 귀화하여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되고 몽골군 침입을 막는 데 공을 세웠다. 조선 시대에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서 귀화한 김충선 장군이 조선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고, 네덜란드인 박연은 조선에 정착하여 새로운 성씨의 시조가 되었다. 아랍, 위구르, 중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인물들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문화, 기술,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다문화가 결코 낯설거나 새로운 현상이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 역사의 면면에는 이미 다양한 문화적 뿌리가 스며들어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온 원동력이었다. 다문화는 '우리와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온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다문화 가족 자긍심 프로젝트: 함께 쓰는 역사"의 시작


이러한 역사적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문화 가족 자긍심 프로젝트: 함께 쓰는 역사"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청소년과 그 부모님들이 한국 사회의 숨겨진 다문화적 뿌리를 탐색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확립하며, 나아가 한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다문화 가족"은 프로그램의 명확한 대상이자 핵심 주체로서,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 "자긍심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참여자들이 귀화 성씨의 역사 속 인물들처럼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역경을 극복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는 능동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다문화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중 문화적 배경을 약점이 아닌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강점'으로 인식하도록 돕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함께 쓰는 역사"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강력한 메시지이다. 우리는 귀화 성씨의 역사를 배우는 것을 넘어, 다문화 가족들이 한국 역사의 일부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하고, 주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비전을 함께 그려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총 4주에 걸쳐 진행된다.

1주차에는 '나의 뿌리, 한국의 뿌리'를 탐구하며 귀화 성씨의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난다.

2주차에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각 가정의 고유한 문화를 공유하고 오감으로 체험하며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3주차에는 '나의 강점,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귀화 선조들의 지혜를 통해 역경 극복의 교훈을 얻으며, 부모님들은 자녀의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양육 기술을 배운다.

마지막 4주차에는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문화 선배 멘토링을 통해 미래 비전을 설정하며, '내가 꿈꾸는 한국 사회'를 함께 그려본다.


우리 모두를 위한 투자: 다문화 사회의 건강한 미래


"다문화 가족 자긍심 프로젝트: 함께 쓰는 역사"는 단순히 다문화가정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이다.


편견과 차별 해소: 귀화 성씨의 역사를 통해 한국 사회가 본래부터 다양성을 품고 있었음을 이해하게 되면, 다문화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나 차별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기여한다.


사회 통합과 역량 강화: 다문화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확립하고 자아존중감을 높이면, 학교생활과 사회 적응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성장을 넘어 사회 통합을 촉진하고, 미래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된다.


역사 교육의 확장: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단일 민족 중심 역사 교육의 한계를 넘어, 한국사의 다층적이고 풍부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는 모든 청소년과 일반인들이 역사를 더욱 깊이 있고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동체 의식 함양: 다문화 가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쓰는 역사'의 일부로 인식하고, 다른 가족들과 교류하며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 전체의 포용력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다문화 가족 자긍심 프로젝트: 함께 쓰는 역사"는 다문화청소년과 그 가족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우리 사회가 더욱 다양하고 포용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아낌없는 지지를 부탁드린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역사는 분명 더욱 빛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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