뭬이야? 와이? 와이메아 캐니언

by 괜찮은 작가 imkylim

여행 드로잉 노트를 정리하면서 와이메아 캐니언은 생략할까 했었다. (뭬이야? 와이?) 우습지만 길거리의 망고나 칼랄라우 밸리에서보다 감동이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와이메이아 캐니언은 훌륭했다. 가파른 계곡, 붉은 땅과 짙은 초록의 열대 식물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무척 신비로웠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 주차장이 있어서 접근성도 매우 뛰어났다. 다들 탄성을 질렀고 사진에 그 모습을 담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나한테는 뭐가 문제였을까.


내가 하와이 이웃섬 중에 카우아이를 선택한 것은 원시의 대자연을 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관광 책자에 그 대표주자로 와이메아 캐니언이 소개되어 있었다.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그 별명이 와이메아 캐니언을 유명하게 했는지 몰라도 캐니언을 오롯이 즐기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


나는 예전에 미국에서 몇몇 압도적인 크기의 국립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가슴에서 헉, 하고 올라오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세계 최대 협곡이라는 그랜드 캐니언은 가보지 못했다. 그랜드는 도대체 얼마나 압도적일까, 했던 아쉬움은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에 큰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본 와이메아 캐니언은 이전에 가본 아치스 국립공원, 자이언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년보다도 작았다. 실망스러웠다. 돌이켜켜보면 '그랜드' 때문에 제주도 면적의 80%도 채 되지 않는 카우아이섬의 캐니언에서 ‘그랜드’를 바란 셈이었다.

사실 그랜드 캐니언과 와이메아 캐니언, 규모를 빼면 얼핏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둘은 많이 다르다. 그랜드 캐니언은 건조한 사막에, 와이메아 캐니언은 열대 식물이 자라는 지역에 있다. 그래서인지 그랜드 캐니언은(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지만) 빛깔이 다채롭지 않은 반면 와이메아 캐니언은 Waimea-A Canyon of Many Colors라는 안내문 속 문구에 수긍할 만큼 신비로운 빛깔이 어우러져 있었다. 형성 과정도 다르다. 그랜드 캐니언은 콜로라도강 침식, 와이메아 캐니언은 화산활동과 침식으로 만들어졌다. 한쪽은 강이 파내어 생기고 다른 한쪽은 솟아나와 생겼으니 완전 반대라고도 할 수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대상에 빗대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훌륭한 면, 이를테면 하와이를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 기회, 개발이 되지 않은 야생지대라는 점을 부각하는 수사였다면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괜한 수식어가 오히려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듯했다. 동시에 괜한 비교가 내 감동을 무디게 했다며 투덜대는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살다 보면 자꾸 비교하게 되고 관심 끌 만한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그로 인해 남들에게 쓸데없는 기대와 실망을 주기도 했을 테고. 쩝.


나는 와이메아 캐니언을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문구 대신, ‘다채로운 빛깔의 골짜기’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그곳이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나는 기분이다.

정성들인 와이메아.jpg 와이메아 캐니언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본 뒤 그린 그림. 멋진 자연을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나름 정성을 들였다.
와이메야 캐년.jpg 와이메아 캐니언 방문한 날 저녁 숙소에서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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