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월악산을 자주 찾았다. 마애불 혹은 제비봉을 목표로 등반하기도 하고 만수계곡 자연탐방로와 송계계곡도 갔으며 하늘재 미륵대원지에도 갔다. 가볍게 경치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요량으로 간 적도 많다. 닭볶음탕, 산나물비빔밥, 더덕구이를 파는 식당은 물론 예쁜 카페도 있으니까. 문득 지금은 없어진 북바위 식당이 생각난다. 거기는 닭볶음탕뿐 아니라 얇게 부친 전도 일품이었다. 그렇게 사계절 내내 매력을 뿜어내는 월악산이 가까이 있어 참 좋았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우리 가족은 무심코 송계나 가자고 집을 나섰다. 월악산 쪽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꽉 막혔다. 그랬다. 송계나, 가 아니었다. 월악산은 국립공원,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을 찾아 전국에서 찾아오는 곳이었다.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몰려왔다. 차를 돌렸다. 그 뒤로 우리는 월악산을 덜 찾았다. 가까운 줄 알았는데 먼 그대라서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를 신나게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자라서였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에 다녀왔다. 일요일 오후는 타지에서 캠핑하러 왔던 사람들이 돌아가는 시간이라서 덜 복잡할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다행히 딱 좋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부산스레 놀러 다니던 몇 년 전이 떠올랐다. 돗자리, 비치볼, 여분 옷, 먹을거리 등 챙길 짐이 참 많았었다. 아이들이 기저귀 차던 때야 말할 것도 없다.
이제 가뿐하다. 캠핑용 의자와 수건, 음료수 정도로 충분하다. 아이들이 계곡물에 빠질까, 다칠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각자가 자신을 지킬 힘이 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저널 북을 폈다. 막상 용기는 냈지만 같이 그리는 사람 없이 홀로라서 쑥스러웠다. 얼른 펜으로만 그린 뒤 덮었다. 왠지 아쉬웠다. 다시금 저널 북을 열고 슬그머니 팔레트도 꺼냈다. 계곡물을 떠다가 붓을 적시고 물감도 풀었다. 그림에 계곡이 얹혔다.
그나저나…… 북바위 식당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