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위대할까?
이 책도 결국 사랑에 대해 완벽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책의 말미에서 이 정도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사랑은 위대한 것일까?
중요한 것은 사랑이 본질적으로 위대하고 고결하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식으로써 배우는 사랑은 사랑에 대해 온갖 고정관념을 덧칠한다. 문학작품과 철학, 종교가 한입으로 사랑은 위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은 곧 인간의 민낯이다. 본래부터 위대한 것이 아닌 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과 결정에 따라 아름다워질 수도, 추해질 수도 있다.
왜 이 책의 후반부에 이런 질문을 던졌을까. 이게 그렇게 중요한 질문이라도 되는 걸까? 우리가 사랑에 대해 자기만의 가치관을 가지지 않고 지식에만 기대어 판단하게 된다면 사랑의 민낯을 보고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마음속 감정이 끓어오르고 두 사람이 나란히 길을 걸어갈 때는 사랑이 영원할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이다. 문명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랑이 약간이라도 하향곡선을 그릴 때 다른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아픈 결말이 조금씩 다가올 때 인간은 새로운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같이 출발했지만 사랑이 지속되면서 서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사랑을 움직이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사랑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비슷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노력으로 비슷해지는 것보다 서로 나이 들면서 달라지는 것이 더 클 때 사랑은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사랑을 처음부터 위대하거나 성스러운 것 혹은 고귀한 것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이기심이 언제든지 그 감정을 진흙탕 속으로 내팽개칠 수 있다. 그렇게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너무나 쉽게 무너지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무너지지 않고 자아를 지켜낼 수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힘을 경험을 통해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랑이 파괴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랑이 존재 자체로 위대하거나 고결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아는 것이다. 사랑 그 자체로는 위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이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사랑을 하는 당신들이다.
누가 누구를 배신하거나 사랑을 속이고 접근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 각자 필요한 것을 얻으려 할 뿐이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이점을 인정해야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우리 눈을 가리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이렇게 말하면 완전히 비관론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물론 그 자체로 아름답거나 위대하진 않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 위대하게 끝나지 않더라도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랑을 현재의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순간순간의 감정표현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보면 그럴 일도 없다. 인간은 서로 만나고 사랑하고 또 이별한다. 정말 사랑했지만 이별할 수 있다. 그것은 정상적이고 행성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듯이 당연한 것이다.
파괴되는 사랑 때문에 감정을 가진 인간은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담대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별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말 사랑했어도 이별할 수 있다.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의 초반부에 사랑이란 불완전하고 변화무쌍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아무리 많은 작가들이 아름답게 묘사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가 겪는 현실의 사랑은 지고지순하지도 않고 내가 사랑하는지조차도 확실치 않다. 때론 의도와 다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것을 잃고 나를 찾아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 큰 성공을 거둔 뒤 나를 떠난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상처와 배신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에 들어간 노력과 애정 때문에 더 큰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러나 영속적인 사랑을 얻지 못해 슬퍼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불완전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영속적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이 결혼이란 제도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순간적일 수밖에 없는 사랑에 영속적인 의무를 부여하는 결혼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그 불완전성을 제거하고자 하는 사회적 노력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영속적이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더라도 상대가 익숙해지면 둔감해져서 더 이상 설레는 대상으로 인지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인간이다. 결혼이라는 제도 따위에 의해서 유지되는 사랑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사랑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감정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잊는다면 사랑은 언제고 추한 민낯을 드러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작은 즐거움을 얻자고 잘 가꿔놓은 사랑을 무너뜨리지 않길 바란다. 물론 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 계속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수조 원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사랑을 얻고 싶다면 본인이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상대방을 동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이별의 선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랑은 이별할 때 그 가치가 결정된다. 이별하는 모습을 보면 당신들의 사랑이 진심이었는지 한때 감정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별하더라도 사랑까지 가치 없게 만들지는 마라.
당신의 연인은 당신과 만남으로 인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는 당신의 자화상이고 당신이 다음에 만나는 사람도 결국 당신의 또 다른 자화상일 뿐이다. 지금의 사랑을 짓밟고 떠난다면 당신의 더 좋은 상대를 만단다고 하여도 그것이 가치 있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언제 짓밟힐지 모르는 대상이니까.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사랑을 만들면 위대한 사랑이 될 수 있다. 헤어지는 순간에도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 추억이라도 아름답게 남겨 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랑은 그래도 위대하게 남는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란 말은 이런 면에서 맞는 말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은 사랑을 했더라도 상대에게 배려하지 않는 이별은 그 추억까지도 가치 없게 만들어버린다.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위대한지 아닌지 물을 필요도 없다. 그것은 당신들이 사랑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