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et beach

by 키르히아이스


해가 지는

저 모래사장의 끝에는

내가 그렇게 만나고팠던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


나를 만나기 위해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짓궂은 바닷바람을 피해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가녀린 손을 흔들며

분명히 들리지는 않지만

무언가 나를 부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조금씩 저물어가는

해안가에는

그림자가 먼저 너를 찾아가

나의 급한 마음을 전하겠지만

미완성인 나의 입으로

그말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왔다 갔다하는

파도처럼

하루에도 수십번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아직 이렇게

해변 위에서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있다는 것.


금새 지워지는

흔적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체


시끄러운 파도소리는

들은 체 만체


그저 너의 손짓만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길게 늘어진

그늘 속에

너의 모습이

바위와 같이

잠기지만


그것조차

나의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한발 걸을 때마다

간지럽게 발가락사이로

빠지는 모래가

마치 잠자는 나의 코를 간질이는

숨소리인 듯

멈추는 일 없이

성큼 성큼

다가간다.


눈가에

딱딱하게 남아있는


피부가 당기는 느낌은


좀전에 흘린 눈물의

느낌이겠지.


불완전하기만 나의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 넘어지기를

반복하는데


가야할 길은 쉽게 다가오지 않고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지

한마디 충고도 들을 수 없다.


한없이 조용하기만 한

초저녁의 이 바닷가에


해가 저물때면


마치

내가 올지 알고

기다린 사람처럼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차갑고

거절할 수 없는

부탁과

외면할 수 없는

커다란 몸짓으로


나를 향해

손짓한다.


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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