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아요

이제 알아요

by 키르히아이스

세상은 쉽게 주지 않아요.


그 무엇도


희생 없이


사라짐 없이


얻을 수는 없어요.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길이 열리지

않았지만

기다렸어요.


모두가 비웃었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나는 당신에게 그만큼

당신은 나에게 이만큼


도저히 혼자서는 설 수 없을 만큼

의존하고 있었지요.


세상은 말없이

무뚝뚝하게 다가오지만


보이지 않게


살금살금


당신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어요.


그 선물에 우리는 웃지요.


하지만 그 선물 뒤에 오는

우리의 헤어짐에

또 울지요.


천천히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좋으니까


눈물이라는 의미를 알 때까지

뜨거운 그것을 흘려도

웃을 수 있을 그때까지


내 주위를 맴돌며


인생의 중심으로

초대하는

순간을 기다려 주세요.


나의 삶은

이제 막 시작됐어요.


어둠 속에서


보이지도 않는 반항을 했어요


그날이 올 때까지

수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가슴을 치며

두 뺨을 감싸고

깜깜한 방 안에서


당신이 생각해본 적 없을

눈물을

나 혼자 흘렸지요.


이제 막 시작됐어요.


기다림의 시작이라고 말해도

괜찮아요.


불확실한 것들이

어느 것 하나

정리되지 않아도

나는 괜찮아요


쉽게 얻을 수 없는

당신의 뜻을 알았어요.


그동안 움츠리고

두려워만 했던

길을 가야겠어요.


기다리고 있잖아요.


당신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며.


나의 머나먼 여정과

지치도록 험난했던 이야기들을

들어주기 위해


한껏 멋을 부린

모습으로

모자를 눌러쓴 채

얼굴이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그곳에 있잖아요.


이제 알았어요.


쉽게 얻을 수 없었던

당신의 이야기와

그 모든

기다림의 이유.


버리고 또 버리고

부서지고

또 깨지고


나의 경박한 지식들의

일단까지

다 소진하고

내가 종국의 눈물로써

고백할 때에

그제서야


당신의

그림자 속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을.


해맑게 웃고 있을

우리 두 사람의 표정에


빛나는 해후는

그렇게

다가오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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