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3
샐러리맨이 퇴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직서를 내는 시점까지 몇 번이고 고민하다가 이 길 아니면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할 때 어쩔 수 없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직도 아닌 창업 같은 경우는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퇴사에 대해 감이 잘 오지 않는 사람은 취직을 결혼, 퇴사를 이혼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잘 생각해보면 퇴사는 이혼과 매우 닮아있는데 우선 이혼을 한 가지 이유로만 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퇴사도 그렇다. 그리고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가볍게 헤어질 수가 없다. 퇴사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둘 다 실행한 뒤의 삶이 그전보다 더 나아질지 못해질지 알 수 없다. 그만큼 퇴사는 어려운 문제이고 아무리 고민해도 명쾌하게 답이 안 나오지 않는다.
자신은 퇴사 같은 것에 관심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이제 평생직장은 없고 80년대 같은 경제 호황기도 다시 오기 힘들다. 이런 시대에 한 직장에서 대비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입사와 동시에 이직, 퇴사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위기상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고 남들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의 노예가 되거나 실컷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이번 장에서는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퇴사 사유인 연봉, 일,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실무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알아보겠다.
1. 연봉
사실 여기에 불만이 있다면 답이 없다. 연봉이 갑자기 오르기는 힘들고 오른다고 해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연봉에 불만이 있다면 우선 지금 받는 연봉이 실제로 낮은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동종업계 혹은 당신이 입사할 수 있었던 회사들에 비해 낮은지 보자. 어느 정도 낮아야 낮다고 볼 수 있을까? 내가 볼 때 연봉 때문에 이직하기 위해서는 최소 50% 이상 연봉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즉 이직하면 4천5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 3천만 원만 받고 있다면 낮은 것이다. 이것은 경력과 능력을 무시하고 계산한 수치이다. 얼마 근무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50% 뛰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연봉을 8천만 원 이상 받고 있다면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연봉을 고려할 때 연봉이 급상승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목표를 30% 상승 정도로 낮춰야 한다. 이 정도 연봉은 어느 회사를 가도 최소 과장, 차장급 연봉이다.
이직을 고민할 때는 현 직장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다 보니 다른 회사의 좋은 점만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이직 때문에 잃게 되는 것에는 둔감해져 이직한 뒤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봉으로 봤을 때 최소 50% 상승해야 다소 판단 착오를 했다 해도 다른 요소를 배제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가 된다. 이런 상승률은 일반적인 승진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옮기게 되면 현 직장에서 쌓은 평판, 직위, 인간관계를 다 잃어버리고 이직한 회사에서 새로 일을 배우고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 그런데 이직을 고민할 때는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상시엔 그리 커 보이지 않아도 막상 이런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연봉의 지속적인 상승이 보장되는지 아니면 입사 시에만 높은 수준이고 그다음에는 정체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경쟁이 별로 없는 업종의 회사에서 이런 꼼수를 많이 쓰는데 입사 연봉은 최고 수준으로 높여놓고 대리, 과장, 차장 승진에 따른 상승액이 미미해서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연봉 때문에 이직하지만 최소한의 생활수준과 적당한 저축이 가능하다면 연봉 때문에 그만두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앞서 말한 수준의 연봉 상승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회사도 연봉보다 일을 적게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의 난이도와 양, 환경을 고려해 최소 2배 보통 3배의 일은 시킨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는다. 억대 연봉을 준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그 회사에서는 최소 2억 원어치 일을 시키고 3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 바랄 것이다. 기업 생리가 그렇다.
이런 행태를 비난만 할 수도 없다. 한 사람을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은 연봉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4대 보험과 식대, 복리후생, 사무용품(책상, 의자 등), 공간 제공, 각종 세금(전기세, 수도세….) 등을 합하면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간다. 대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주장하기로는 1명당 1억이 넘게 든다고 말한다. 좀 엄살이 섞였다고 해도 내가 겪어본 바로는 연봉의 50% 이상은 추가 비용으로 들어갈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월급보다 훨씬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의 이런 속성을 간파해야 한다. 이것은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회사의 일부 직무뿐이다. 정원 때문에 채용이 자유롭지 않은 공기업 특성상 인력 부족으로 원맨쇼를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봉이 많다고 해서 덜컥 이직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 회사의 연봉 수준과 비교해 내가 어느 정도 일을 하고 있는지, 미래에 대한 기대는 있는지 잘 고민해봐야 한다.
2. 사람
우리나라는 별나게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아마도 퇴사 원인으로 따지면 이것이 제일 많지 않을까 한다. 언론에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퇴사 이유로 대부분 "꿈이 실현될 것 같지 않아서"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것은 자기방어 심리에 의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회사도 개인의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작게는 부서장, 크게는 사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너가 있다면 오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는 존재하고 그 외에는 다 무시된다. 개인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자기 회사를 차려야 한다.
여론조사에 이런 대답을 하는 이유는 돈 때문에 혹은 사람 때문에 퇴사했다고 말하면 끈기 없다고 비난받고 나약하게 보일까 봐 나름대로 이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꿈이 실현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말하면 왠지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주변에서도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한 사람을 가장 많이 본다. 그리고 다른 것은 끈기로 버틸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그럴 수 없다. 심할 경우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 나는 평소 후배들에게 상담해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때 자주 나오는 얘기가 회사 분위기나 사람들 때문에 그만두려 한다는 얘기이다. 특히 세대 간 격차가 큰 요즘, 시니어들의 꼰대 문화는 신세대들이 볼 때 참기 힘든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직장생활의 인간관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동료와의 관계, 상사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후배들과의 관계는 퇴사 사유로 될 일은 별로 없다. 동료와의 관계는 힘들 게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다. 소문이 잘나고 험담하기 좋아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는 같은 동료끼리도 사이가 좋지 않다. 이런 회사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업무량이 많지 않다.
(2) 조직이 오래되었으며 변화가 적다.
(3) 인원이 많지 않다.
정체된 회사에서 소수의 직원은 사무실 내 타인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마련이고 장점보다 단점이 잘 보이므로 단점을 가지고 이야기꽃을 피우게 된다. 타인과 대화할 때 장점보다 단점을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상대방의 관심을 유발할 확률이 더 크다는 점도 원인이 된다. 이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일하느라 정신없는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보통 사무실 인원이 10명만 넘어가도 파벌이 생긴다. 개인에 대한 험담뿐만 아니라 파벌 간 대립도 주요 갈등요소로 대두된다. 두 사람 간의 감정대립이 서로 우호 세력의 지지를 얻어 두 그룹의 적대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런 비생산적인 관계가 회사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회사의 목표는 안중에도 없고 서로 상처 입히기 위해 정치싸움만 하게 된다.
퇴사 고민까지 하는 사람에게 인간관계는 풀기 힘든 숙제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개선의 여지가 있는 회사인지 여부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동료가 아니라 상사와의 갈등이라면 문제는 단순하지만 해결은 더 어렵다. 왜냐하면 답은 정해져 있고 당신은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걸 해결해주는 방법만 있다면 회사생활에 고통이란 없을 것이다. 직장 상사와의 고민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회사에 충성하게 되고 그것은 부하직원을 그만큼 부려먹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부하직원들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직장 상사와의 문제는 그 사람만 없으면 해결되는 문제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직장 상사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퇴사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다. 직장 상사가 교체되어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되고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자신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신 자신을 바꿀 수 있다면 퇴사를 재고해도 된다. 그것도 안된다면 마지막으로 상사가 주는 고통을 다른 즐거움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친한 동료들과의 맥주 한잔 혹은 엄청난 연봉, 복지 그것도 아니면 회사의 네임밸류, 연애 등 자신을 스트레스로부터 탈출시켜주는 묘약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여기까지 다 아니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갈등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나에게 주는 대미지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한 가지 기준만 제시하겠다. 바로 건강!
인간관계로 인해 당신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물론 딸린 가족이 있으면 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 해도 건강하지 못하면 가족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떤 경우에도 건강을 희생하면서 자신을 사지로 내몰아선 안 된다. 이것은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몸이 건강하면 회사는 또 구할 수 있고 돈도 어떻게든 다시 벌면 되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두 번째 기회는 없다. 몸만 건강하면 다른 것은 전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것만 명심하면 된다.
이 대목에서 어떤 사람은 “누가 그런 걸 몰라서 안 하나? 딸린 가족과 부모님, 그리고 현재, 미래의 배우자는 어쩌란 것이냐?”고 푸념할지도 모른다. 푸념이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미 결론을 내고 있어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퇴사를 포기하고 만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원천적으로 능력이 안 돼서 다른 곳에 갈 수 없다면 몰라도 그런 것이 아니라면 퇴사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 자신이다. 내 생명보다 내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불행한 곳에서 가족이 행복할 수 있을까? 시대가 바뀌었다. 혼자 일방적으로 희생해서 가족이 유지되는 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당신의 인생도 행복해야 한다. 죽을 만큼 고통스럽지만 퇴사는 할 수 없어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죽어도 그 길이 낫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돈을 벌어오든 못 벌어오든 가족은 옆에 있어 주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당신이 행복한데 가족이 불행할 수 있겠는가? 반대로 당신이 죽을 것 같이 힘든데 가족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불행해지면 가족도 뭐도 다 필요 없다. 우선은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다. 내가 행복하거나 최소한 불행하지만 않다면 앞으로 가족에게 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직을 하면 인간관계 문제가 해결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인간관계는 어느 회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히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이직하더라도 그 나쁜 놈은 얼굴만 바꾸고 또 당신 앞에 나타나 어슬렁거릴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 만병통치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령을 말해줄 수는 있다. 당신이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힘들다면 규모가 큰 회사를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규모가 큰 회사는 큰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일사불란함과 상하 관계를 강조하게 마련이다. 오래된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업종으로도 알아볼 수 있는데 건설, 금융, 법조, 공공 업무를 하는 곳이 가장 보수적이다.
완전한 해답은 아니지만 어떤 회사의 창립멤버로 들어가거나 벤처기업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이런 회사를 들어가도 인간관계가 아닌 일이나 돈에 관한 고민이 생길 수 있다. 사람, 일, 돈에 관한 고민은 항상 존재하며 완전히 충족되는 회사는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나마 나은 회사를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인 셈이다.
3. 일(Work)
사람들이 표면적으로 자주 내세우는 이직 사유이다. 얼마나 심각하기에 그럴까? 속을 들여다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다. 한국 회사에는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일 중독자도 많다(대부분 당신의 상사일 것이다).
왜 그럴까? 회사는 수익성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최소인원으로 최대의 일을 해내려 한다. 그러나 호황일 때는 수익이 보장되므로 많은 인력을 고용해 조직의 규모를 키운다. 회사가 커지고 많은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수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흔히 오해하는 것이 민간 기업은 무조건 사람을 줄여서 이익을 내려고 한다는 것인데 기업은 이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업이 잘되면 많은 인원을 뽑게 되어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집단공채 시스템에서는 필요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뽑힌다. 부서별, 직무별 정확한 업무량 산출에 의한 채용이 아니라 전년도 모집인원 혹은 경영자들의 감에 의존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조직이라는 것이 묘해서 일단 만들어 놓으면 절대 줄어들지 않고 자기들이 알아서 일을 찾는다. 일이 없으면 만들어낸다. 그것이 조직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원을 늘려 사업을 확장하면 호황 때는 그만큼 수익이 같이 증가한다. 하지만 장기불황이 일상화된 요즘 대규모 채용은 보기 힘들어졌다. 채용이 줄다 보니 어느 회사나 사람보다 일이 많게 된 것이다.
일이 많은 것은 퇴사 사유가 될까? 앞서 말했듯이 건강이 첫 번째이므로 일 때문에 건강을 지킬 수 없다면 당연히 이유가 된다. 일 때문에 여유시간이 없다든지, 일이 너무 어려워 스트레스가 심하다든지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가 다르므로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단순히 퇴사가 옳다 그르다 말하는 것보다는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게 좋다. 즉 [일이 많다 → 시간이 없다 →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 회사는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 퇴사]와 같이 논리적으로 풀어서 답을 얻을 수 있다. 몇 가지 더 해보자.
[일이 어렵다 → 내 능력으로 버겁다 → 일을 완수하더라도 내가 성장하지 않는다 → 일에서 얻은 경험을 다른 곳에서 써먹을 수 없다 → 퇴사]
[일이 많다 → 전혀 쉴 수 없다 → 지쳐서 내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 회사는 그것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 현 상태가 변화될 가능성이 없다 → 퇴사]
이런 식으로 차분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퇴사를 통해 과중한 업무 문제가 해결되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대한민국 어느 회사나 월급보다 일을 많이 준다. 최근 워라벨이니 뭐니 해서 혼란스럽지만 회사의 상층부가 변하지 않는 한 공허한 소리이다. 제도나 법 때문에 억지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온갖 편법을 동원해 직원들을 짜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은 치약과 비슷하다. 다 쓴 것 같아도 짜내면 또 나온다. 회사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적이 좋아도 노는 분위기는 싫어한다. 일하는 분위기 자체를 더 중요시한다. 일의 능률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 정도 합리성이 있었으면 이런 책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회사의 논리이고 조직의 상층부는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다.
소위 간부라고 하는 조직의 상층부를 이루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같은 종업원인데 그들은 마치 자기가 오너인 줄 안다. 회사의 중요한 결정 과정에 참여하니까 회사와 자신이 한 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다. 회사는 그것을 노리고 더 높은 연봉과 의미 없는 결정권을 나눠주고 그들을 활용한다. 결국 그들의 결정권이라는 것도 회사의 미래를 향한 것은 없고 자기 밑의 직원들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부하직원이 자기에게 목숨을 걸고 있으니 마치 자기가 오너인 것처럼 착각이 들만도 하다. 그들은 일반 직원들에게도 오너같은 주인의식을 강조한다. 주인대접이라도 좀 해주면서 그러면 밉지는 않을 것이다.
일이 많아도 단순히 그것 때문에 퇴사해서는 안 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직하고자 하는 회사의 근무환경을 충분히 파악하고 나서 결정해야 하고 좋아하는 분야보다는 잘하는 분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젊은 혈기에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여기서부터 고생문이 열리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은 무엇보다 ‘잘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첫 번째 조건이다. 첫 번째 조건을 만족하고 나서 다른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해야 결과적으로 일이 줄 거나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이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잘하지 못하면 직업인 이상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다.
직접 일해보지 않고서는 다른 회사의 근무환경을 알 수 없으므로 막연하게 일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퇴사를 감행해서는 안 된다. 일, 사람, 연봉 중에 그나마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연봉이다. 요즘엔 회사들이 연봉을 공개하고 있으므로 대충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일이나 사람에 관한 것은 소문만 듣고는 알 수 없다. 퇴사를 고민할 때 이런 점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