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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pr 01. 2019

26. 사랑에 관한 남녀의 관점 차이

사랑에 관한 남녀의 관점 차이

 남녀에게 사랑은 각각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남녀의 관점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사랑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섭섭해하기 쉽다. 단순한 문제인데도 그것이 커져서 결국 사랑을 망칠 수도 있다. 사랑을 바라보는 남과 여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에 관해 알아보자.


여성에게 사랑이란

 여성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여성에게 삶 자체라고 할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것은 남성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성은 사랑으로부터 자존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등 다양한 정신적 요소들을 채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남성들은 단지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존재 가치를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남성들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이성 경험이 적은 사실에 더 자존심 상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성들은 지금 당장 사랑할 생각이 없어도 남성들의 대시가 들어오지 않는 것만으로 자존심 상해할 수 있다. 단지 사랑받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도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미 사랑은 다 식었지만 사랑의 공백상태가 싫어서 적당히 만나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자존감이 매우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사랑이 나의 자존감을 채워주지 않으면 올바로 서있을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나 스스로 서지 못하고 항상 남의 사랑을 기반으로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 밑 빠진 독처럼 끊임없이 사랑을 채워 넣어야 평상심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서도 피곤한 일이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런 사람 치고 남에게 사랑을 잘 베푸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부족한 사랑을 채워 넣는 게 1순위이기 때문에 나눠준다는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여성을 탓한다. 남성으로서 자존감에 입는 타격은 여성보다는 덜하다. 차라리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으로부터 오는 자존감의 타격이 더 크다. 대부분 남성들은 이럴 때 스포츠나 일, 게임 등에 몰두하면서 불만과 긴장을 해소하려 한다. 자존감보다 성적 불만족이 집중력과 활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남성 입장에서 사랑이 식었는데도 연인을 적당히 만나는 주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왜냐하면 연인관계에서 능동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남성에게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유전적인 것인지 사회적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의 애정행위는 남성이 주도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 그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측면이 있긴 하다. 하다못해 팔짱을 끼더라도 여성이 뒤에서 앞으로 팔을 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남성이 뒤에서 앞으로 팔을 걸면 키가 큰 남성이 여성을 들어 올리는 것 같아 부자연스러우며 남성의 굵은 팔이 안쪽으로 들어와 여성이 움직이기 불편해진다. 한번 해보시면 알 것이다.


 성관계나 데이트 같은 것도 남성에게 ‘주도적으로 할 의무’가 많이 주어진다. 따라서 남성의 마음이 식을 경우 곧바로 문제가 생긴다. 남성의 연기력이 부족하고 여성이 촉이 좋다는 것도 곧바로 문제가 생기는 원인이 된다. 여성은 성관계의 만족까지 연기해낼 수 있는데 비해 남성은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여자들은 자기 남자의 마음이 식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남성들은 한 박자 느리다.

남녀의 행동양식

 이 상황에서 남성의 행동양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호기심, 상상력, 성욕 이 세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이것이 남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설명해준다. 여성을 알기 위한 키워드는 모성애, 미에 대한 욕구, 동경을 들 수 있다. 완전하진 않지만 남녀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좋은 단서가 된다.


 남성들은 왜 야한 동영상을 볼까? 여성들은 왜 남성들만큼 그런데 관심이 없을까? 관심 있는 여성들도 있지만 대체로 남성들이 소비계층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남성들이 야한 동영상을 보는 이유는 첫 번째가 호기심이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작용한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보는 동안은 상상력이 작용한다. 실제가 아니지만 남성들은 상상력으로 이를 커버하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럼 여성은 어떤가? 여성들도 야한 동영상을 많이 본다는 얘기가 있다. 솔직히 최근 라이트노벨, 웹툰 등에서 인기 끄는 BL(Boy’s Love) 장르는 여성이 주 타깃이다. BL만 가지고 공모대회를 열 정도로 인기가 크다. 여성이 동성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것(특히 남성의 동성애에 대해)은 한번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여성이 BL을 보는 관점은 성관계에 있지 않고 두 사람 간의 관계와 스토리에 집중되어있다. 남성에게 BL은 같은 남자라서 호기심의 여지가 적고 상상력마저 필요 없으니 대리만족이 적다. 


 그렇다면 GL(Girls Love)은 어떨까? 이쪽이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야 할 것 같지만 이 역시도 여성의 관심이 더 높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여성의 동성애는 성관계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다. 따라서 남성들이 관심을 가질 요소가 부족한 것이다.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상상력에 뇌를 완전히 맡기는 일이 적기 때문에 가상의 것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다. 차라리 귀여운 동물 영상이나 먹방 영상, 드라마 등에 관심이 더 크다. 드라마는 장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적인 일일연속극의 경우 아름다운 여주인공에 대한 관심 그리고 로맨스에 대한 동경이 작용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끈다. 


 여성들은 현실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므로 보수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진보적이다. 굳이 페미니즘과 연관 짓지 않아도 여성들은 새로 나온 패션, 음식 등에 남성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스타벅스가 비싼 가격에도 토종 브랜드를 물리치고 우리나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가 된 것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한몫했다. 


 10, 20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서양 음식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통해 한국에 상륙하고(아웃백의 전성기가 있었다) 뒤이어 이태리 음식점이 많아진 것도 여성들의 공이 컸다. 한때 까르보나라가 맛집 블로그를 휩쓸던 시절도 있었다. 남성들은 커피와 음식 이름 외우기도 벅찼다. 남성들은 과학부문에서는 진보적이지만 문화적 측면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편이다.


 여성들의 진보적인 성향이 BL에서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GL(Girl Love)이 아닌 BL이 인기를 끌었을까? 인기 있는 남성 동성애 영화들을 보면 알겠지만 주인공이 전부 꽃미남이다. 일단 눈요기가 된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인 남성들의 심리 전개가 여성들에게 훨씬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남성들은 성적 매력에 집중하지만 여성들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사랑을 느끼고 경험한다. 대학 캠퍼스 농구장에서 땀 흘리는 남학생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여학생들이 있는데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격렬한 육체운동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다. 땀 자체가 풍기는 남성 호르몬(혹은 페로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들은 얘기지만 운동으로 땀 흘린 남자가 좋다는 여자도 있었다.


 지구 상의 동물들은 대부분 수컷이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은 이런 면에서 다소 수동적이다.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선택의 권한이 암컷에게 있다. 인간 여성의 경우 강한 성욕을 느끼지는 않지만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느끼고 남성에 끌린다. 성관계, 출산이 없어도 여성은 남성과 사귈 수 있다. 이것이 남성과 여성의 관점 차이이다.


 하지만 여성이 사랑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생물이라고 말하는 것을 옳지 않다. 오히려 남성보다도 주도적으로 삶을 계획하는 측면이 있다. 사랑을 얻기 위해 남성을 만나고 그 속에서 아이를 얻음으로써 인생의 행복을 얻는 것은 그만큼 남성이 여성이 계획한 삶을 위한 수단이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성의 사랑이 수단적이란 얘기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이 했다. 


 여성이 아이를 얻기 위해서 남성이란 수단을 이용하고 사랑은 그것에 효과적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은 본능적 만족을 얻기 위해 여성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방법론이 되지는 못한다. 남성은 사랑이 완성되어도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의식이 남아있다. 가정을 생각하는 중요도의 차이에서 남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가정에서 부부가 다투는 이유 중 큰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가정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여성의 경우 가정이 인생의 최종 결과물이자 완성판으로 본다. 가정을 통해 여성인 나의 모습도 완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은 가정을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안정적 기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본능적인 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높은 위치로 가서 명성을 날려야 남성으로서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욕먹고 기가 죽어있는 남편에게 아무리 회사일에 몰두하지 말라고 해도 남자는 그럴 수 없다. 남성에게 '사회 속의 나'는 곧 자신의 정체성과 같기 때문이다. 이것이 옳은 지 그른지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남성은 그런 면에서 일개미와 비슷하다. 부서지고 깨져도 일하는데서 존재감을 얻는다. 남성에게 사랑은 사회생활과 비교하면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사랑받고 있어도 공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남성이 사랑받는 것에 만족했다면 사회는 매우 정체되어 있었을 것이며 철학이나 사상 따위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다소 보수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남과 여의 무의식 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성에게는 사회적 성공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 가정에서 개인적 행복은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남성에게 사랑이란

 그렇다면 남성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남성에게 사랑은 본능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사회생활의 전쟁터에서 받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위로받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도 있다. 어떻게 사랑이 한 가지 의미만 있으며 모두에게 똑같은 의미이겠는가?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을 감안하고 읽어주면 좋겠다. 


 남성에게는 사회생활이 거의 '존재의 의미'이므로 남성들 간의 사회란 죽고 죽이는 전쟁터와 같다. 남성의 성향 자체가 성공을 위해 큰 리스크를 감당하도록 되어있어 경쟁이 생긴다. 경쟁이 아니라도 어떤 일에 대한 성취가 남성에게 주는 열정은 삶의 의지와도 비견된다. 


 즉 가족 관계에서 행복보다 성취하겠다는 욕망이 더 큰 것이다. 행복한 가정이 있는 남자도 성취에 대한 욕구는 항상 살아있다. 그래서 일개미와 비슷하다. 


 남성에게 여성이란 사회의 전투현장에서 상처 입고 돌아온 자신을 치유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린 아기와 비슷하다. 아기는 혼자 놀다가 배고프고 아프면 언제든 엄마의 품으로 돌아온다. 남성은 아픔이 치유되고 나면 곧 다시 전쟁터로 나가 싸우게 되며 숱한 상처를 입고 다시 돌아온다. 안타깝게 현대사회에서도 이것이 남성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남성들이 이상형을 말할 때 밝은 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은 있어도 나쁜 여자를 좋아하는 남성은 거의 없다.


 센 성격의 여성을 좋아하는 남성도 가끔 있는데 이는 정복욕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남성은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고 정복하는 데서 자신의 남성성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현대사회에서는 많이 사라진 본성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랑하기 힘든 상대일수록 정복욕과 성취감은 커지게 되고 사랑이라기보다 거대한 성(Castle)을 정복하는 것과 같은 생각으로 하게 된다.


 남성들의 정복욕은 게임에서 빛을 발한다. 게임에서는 항상 명확한 과제가 주어진다. 몬스터를 물리치거나 영토를 확장하거나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하는 목표가 있다. 여성들이 남성들의 게임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가상이기 때문이다. 현실도 아닌 가상의 목표에 집착하는 남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성은 목표 달성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본능이라 사냥이나 전쟁이 없어진 현대에 와서는 게임 같은 것에 목을 매는 것이다. 상상력이 기본 탑재되어있기 때문에 가상이라도 상관없다.


 이것은 프로 게이머를 보면 잘 나타나는데 프로 게이머 중에 남성이 절대다수이고 상위권도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 프로게이머가 있긴 하지만 크게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왜 그럴까? 나는 여성이 남성보다 게임을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멀티플레이를 잘하는 여성들이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프로게이머로 한국에서 유명한 ‘이윤열’이나 ‘임요한’을 능가하거나 같은 급으로 여겨지는 여성은 없었다. 사실 중상위권도 거의 없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게임을 순전히 게임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게임 속의 정복을 실제 나의 정복인 것처럼 여기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성은 나와 수단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래서 좀 냉정하다 싶을 때도 있다. 남성은 수단과 나를 일체화하는 데 익숙하다. 여기에 상상력이 이용되는데 게임 속 캐릭터와 나를 일체와 시키고, 회사 업무와 나를 일체화시킨다. 철학 과제와 나를 일체화시키고 심지어 나라와 나를 일체화시키기도 한다. 


 여성들은 수단을 정확히 구분해 이용용도로만 사용하고 그 이상 일체화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탈것이고 컴퓨터는 일하는 수단 딱 그 정도이다.

 실제로 프로그램 개발자 중엔 여성들도 많은데 이들의 관점이 남성과 전혀 다르다. 프로그램 개발 실력은 여성들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 개발자들은 컴퓨터가 고장 나면 스스로 고치기보다 남자 동료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다. 심지어 컴퓨터 전공자여도 마찬가지이다.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니 절대 오해 없기를 바란다. 프로그램 개발을 수단으로만 보면 이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자꾸 일체화를 시키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 내가 컴퓨터와 일체라고 생각하면 컴퓨터의 여러 분야를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컴퓨터는 프로그램 개발의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딱 그 정도만 알면 된다.


 자동차를 봐도 그렇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남성들이 여성들을 운전에서 공격하는 포인트가 자동차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관점의 차이이지 누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차를 이동수단으로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기능이나, 성능에 대해 자세히 몰라도 된다. 당장 나도 그런 편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대체로 차를 운전할 때 자기가 차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차가 흠집 나면 차라리 자기 손등에 흠집 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남성이 운전을 잘한다는 고정관념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 더 많이 알고 운전을 많이 하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남성이지만 운전을 잘하는 편이 못되고 놀랄 만큼 운전을 잘하는 여성을 많이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을 잘하는 여성조차 차를 자신과 일체화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게 관점의 차이다. 


 남성들에게 예쁜 여성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본능적인 것이 많이 작용한다. 예쁘다, 아름답다는 것은 깨끗하다는 이미지와 연결된다. 생각해보라. 모든 아름다운 것은 깨끗하다. 물론 열심히 일한자의 더러운 작업복과 땀은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리가 아름다운 장미를 상상할 때도 대부분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장미를 생각하지 길에 피어서 매연이나 진흙이 묻은 장미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쁜 옷,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건축물 등 모든 아름다운 것은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같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추하다, 못생겼다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바로 떠오르는 것이 괴물, 벌레 이런 것일 것이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더럽다는 이미지를 같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름답다는 것은 깨끗하다와 연결되고 깨끗하다는 것은 순결하다는 것과 연결된다. 남성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순결을 찾는 본능인지도 모른다. 순결을 찾는 본능은 2세의 정통성을 보장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부양해야 하는 남성이 남의 자식을 키워줄 이유는 없다. 진화심리학이 만능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매우 합리적이란 생각이 든다.

여성에게 사랑이란

 “여성도 꽃미남을 좋아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은 기본적으로 가정을 유지하고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남성을 원한다. 잘생긴 건 그다음이다. 여성이 남성을 보고 잘생겼다고 하는 포인트도 각자 다르다. 외모는 개인 취향일 뿐 여성들의 본능으로 말하긴 어렵다. 


 또한 남성들이 좋아하는 여성은 대개 관점이 일치하는데 비해 여성이 남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관점이 다양하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의 능력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남성의 경제적 능력은 가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어떤 요소보다 믿을 만하다. 사회적으로 남녀가 많이 평등해졌지만 아직도 험난한 사회에서 여성이 이런 안전장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경제력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남성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이다.


 여성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나쁜 남자는 매력적이다. 나쁜 남자가 여성을 잘 보호해줄 수 있는 강한 남자라는 인식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나쁜 남자의 공격성과 투박함이 여성을 자극한다. 외모나 성격이 강한 것과 자기 여자를 보호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지만 본능 때문에 이를 혼동하기 쉽다. 어느 동물이건 가장 강한 수컷이 암컷을 차지한다. 육체적 강인함을 증명할 방도가 없는 인간에게 나쁜 남자는 그것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하나의 환상이다. 그게 실제로 여성에게 도움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성에게 인기 많은 남성 중에서 착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것은 모든 남자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유는 착한 남자는 왠지 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원래는 착했는데 여자를 많이 만나면서 악해졌는지 원래 악했는데 그렇게 인기가 좋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관찰한 결과로는 대부분 처음부터 착하지 않았다.


 소위 말발이 센 사람이 여성에게 인기가 있는데 여성들은 대화가 상당히 중요한 삶의 수단이다. 보통 남성들이 하는 대화는 건조하고 단순하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과 대화하면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그런데 달변가들은 그렇지 않다. 능수능란하게 여성의 촉을 피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여성에게 각인시킨다. 개그맨들이 아름다운 여성들과 잘 이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외모가 아닌데도 인기 있는 남성은 대부분 달변이다. 남성들은 달변으로 여성들의 판단력을 흐린 뒤 고백을 수락하도록 만든다. 코믹하거나 감동적인 말솜씨는 중세시대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남성들의 작업 기술이다.

사랑에 관한 남녀의 관점 차이

 여성과 남성의 사랑은 이런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기 때문에 사랑의 과정이 어렵고 마찰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한 번도 싸우지 않은 것은 잘 맞아서가 아니라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거나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사회의 사랑은 매체의 발전, 사회의 복잡성 증대, 경쟁 심화로 그 의미가 예전만 못하다. 깊이가 매우 얕다는 것이다. 중세시대의 사랑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였다. 지금은 사랑 말고도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다.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가고 초단위의 생활을 하는 요즘 전통적 의미의 사랑을 하기에는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랑, 당장 느낄 수 있는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가 원하는 행복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사랑도 다르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사랑하는 것에는 법칙이나 고정된 방식은 없다. 어떠한 불문율도 깨고 어떤 금기도 넘어서는 게 인간이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내면. 거기서 시작되는 불완전한 사랑은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만큼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불완전하고 그래서 사랑도 그만큼 불완전하다.


 남과 여는 사랑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래서 내 관점에서만 사랑을 말하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차이는 당연하다.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은 다르다. 하물며 남녀가 같을 리 없다. 차이를 발견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한다면 더 나은 해결책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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