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행복은 지나가는데
슬픔은 남아서 자릴 잡는다.
그게 제일 조용하고 무서운 일이다."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슬픔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슬픔이'는
모든 일을 슬프게 만들면서,
스스로가 조이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감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가서
밝혀진 진실은 달랐다.
슬픔은 방해물이나 해로운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안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게 하는 통로였다.
슬픔이 있었기에
행복의 순간은 더 깊고 강렬하게 느껴졌고,
무너진 마음 또한 서서히 안정될 수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 나도 깨닫게 되었다.
슬픔이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오는
낯선 감정이 아니라,
늘 내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던 존재라는 것을.
언제나 거기 있었지만,
나는 그 존재를 밀어내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슬픔을 거부하지 않고,
그 곁에 조용히 기대어 앉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렇게 슬픔에게 천천히 익숙해지면서,
그에 기대어 보니
나의 다른 감정들도
더 소중하게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의 슬픔이은
나를 망가뜨리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깊이 알아가도록
도와주는 조용한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