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문장

연기라는 감정과 나 사이에 남은 것들

by 히멜

7년 전, 나는 연기를 배우기 위해 서울에 갔다.

모두가 말하던 ‘좋은 대학’이라는 이름을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입시 준비에 쏟아부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직도 나는 그 시절을 자주 떠올린다.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그 감정과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

그건 미련일까, 후회일까.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일까.


무대 위에서 느꼈던 생생한 감각,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뛰던 심장,

그 모든 것들은 지금도 내 안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다.

연기를 통해 나는 가장 나다워질 수 있었다.


그 순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었다.

모든 걸 던졌고,

그만큼의 기대와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래서 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지금 나는 독일에 있다.

전혀 다른 환경, 다른 언어, 다른 삶.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 ‘감각’을 찾아다닌다.

어쩌면, 다시 숨 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기라는 존재는 내게 이루지 못한 꿈이 아니라,

내가 나를 가장 진심으로 사랑했던 방식이었다.

그 순간을 버리지 못하는 건,

그때의 내가 너무도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진짜였던 순간을 쉽게 지우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안다.

이 감정은 미련이 아니라, 나의 일부라는 걸.


그러니 이제는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기로 한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때처럼 진심이고 싶어 하니까.


그건 실패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