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면과 다시 마주한 밤
세일즈맨의 죽음.
그것은 내 입시 연기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수없이 외운 대사, 수십 번 반복한 장면,
그리고 끝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기억.
그 장면은 나에게 늘 무거운 문장으로 남아 있었다.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입안에서 굳어버렸고,
보여주고 싶었던 감정들이 내 안에만 고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연기라는 이름을, 실패라는 흔적을,
그 무대와 나 자신을.
그런데 이곳, 베를린에서
나는 그 장면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우연히 찾은 극장에서,
누군가 세일즈맨의 죽음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 배우의 숨결과 손끝이,
무너지고 있었던 윌리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장면을 지켜봤다.
끝나지 않았던 문장이
내 안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젠 안다.
그 장면은 나를 부끄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도망쳐야 할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했고,
가장 치열했던 시간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7년 전, 나는 분명히 최선을 다했다.
어쩌면 그건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불타올랐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진심이었다는 뜻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감정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무대가 좋다.
연기를 떠올리는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 도시는 그런 나를 조용히 안아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이제
그 장면과, 그 감정과,
그리고 그때의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연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건, 여전히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문장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