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흔들 꼬리가 없으니까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달랑 세 글자.
집구있.
집에 구름이(작년 봄 할머니네 새로 데려온 강아지) 있다는 뜻이다. 야근을 하려다가 바로 노트북을 덮는다. 빨리 구름이 보러 가야지, 허둥지둥. 서둘러 짐을 챙겨 나온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옆동에 살고 있어 구름이는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와서 자고 가기도 했다. 우리 집에서 자는 날이면 나는 약속도 잡지 않은 채 회사 일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집에 오곤 했다. 아빠와 동생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빠르게 귀가하고, 귀가한 후에도 각자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모여 구름이와 놀았다. 구름이만 오면 자연스레 집안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아무리 구름이가 귀엽다고 해도 강아지 한 마리로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좋아질 수가 있는가. 좋으면서도 희한했다. 물론 무척 귀여우니까, 귀여운 존재의 힘이란 막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그러나 며칠간 함께 지내며 보니 구름이는 태생적인 귀여움 외에 우리에게 없는 게 하나 더 있었다. 항상 반가워해준다는 것.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반겨준다는 것 하나.
구름이는 매번 있는 힘을 다해 반가워해줬다.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왔을 때,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처음 봤을 때마다 방방 뛰고 꼬리를 있는 힘껏 흔들고 뱅뱅 제자리를 돌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아니 뭐가 이렇게 반가워, 몇 시간 전에도 봤잖아 이 녀석아. 말은 이렇게들 하면서도 다들 웃고 있었다. 퇴근도 서둘러하고, 아침에도 일찍부터 눈이 떠져 금방 거실로 나가게 되는 것이 어쩌면 구름이가 이렇게 반겨주는 것이 좋아서일지도. 원래 3분 간격으로 맞춰둔 알림 줄줄이 끄면서 침대에서 밍기적 대는 내가.
문득 떠올랐다. 퇴근하는 아빠에게 다녀오셨어요, 하고 방으로 숙 들어가버리고 엄마에게 좋은 아침, 하고 바로 씻으러 가던 장면들. 친구가 왔을 때 어 왔어? 덤덤하게 말하던. 그 순간들에 내가 짓고 있던 표정은 어땠나. 목소리 톤은 어땠나. 살면서 누군가를 그렇게 반겨준 적이 있었나. 우리 모두 평소에 그냥 그렇게 살았던 터라 누군가가 날 이토록 반가워해주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아, 적어도 얘에겐 내가 이런 존재구나.
생각해 보면 서로가 별다른 일 없이 얼굴을 또 마주하게 된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갑자기 밤늦게 퇴근하며 누르는 아빠의 도어락 소리가 애틋해진다. 더 반가워해줘야지. 반가워도 흔들 수 있는 꼬리가 없으니, 말과 표정과 몸짓을 총동원해서 반갑게 반겨줘야지. 비록 구름이만큼의 귀여움은 없지만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퇴근하길 잘했다, 일어나길 잘했다,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