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찾기 위해 스무 개의 key를 맞췄어요.
무엇이 이토록 나를 힘들게 했는지 상처가 난 마음의 문을
열어 보고 싶었거든요.
하나하나 끼워 넣어 보지만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아요.
얼마나 오래 방치되었던 문이었을까요.
맞지 않는 key가 열 개를 넘어서면서 슬슬 지쳐와요.
이대로 놔 버릴까 자포자기 심정마저 들 때
딸깍
드디어 문이 열렸어요.
조심스레 열자 안에서 환한 햇살이 그윽하게 쏟아져 나와요.
그 눈부심에 안을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잠시 눈을 감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열여섯 개의 키가 들어가도록 열리지 않는 문을 부여잡고
포기하고 싶고 지리멸렬하게 힘들었지만
결국엔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코 끝이 시큰해져요.
살포시 눈을 뜨자 나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 눈에 들어왔어요
금세라도 터트릴 것만 같은 눈망울을 지닌 모습이었지만
희망찬 얼굴이었고 자신감에 찬 얼굴이었어요.
힘듦도 내 것이고 행복의 주체도 내가 주인공이 된다면
자존감이라는 key는 언제든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시간의 흐름을 관망하며 삶을 영위해 나가면 될 것 같아요.
이제 나는 흘려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무 개의 key에 매달려 있던 상처 나고 찌그러진 말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