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병원에 정기검진을 갔더랬다.
오후에는 또 다른 병원에 진료 예약이 되어 있던 터라 중간에 비는 시간에 병원 내
스타벅스에서 책이나 읽을 겸 가져가서 읽고 있는데 옆자리에 참 곱게도 차려입으신
할머니 한 분이 앉으신다.
그러곤 갓 데워 나온 베이글과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성호를 그으시고는
베이글을 한 입 베어 무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책에서 그분을 찬찬히 훑기 시작했다.
여리한 듯 하지만 고생은 하지 않으신 것 같고, 낡아 보이지만 값이 나갈 듯한 외투에
알만한 브랜드 백팩을 가지고 계셨던 젊어 뵈는 할머니.
잠시 후 딸에게서 영상전화가 걸려 온다.
" 응 엄마 다리가 아파서 검사받아 보려고 고대병원에 왔어. 여기?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하지. 엄마 검사받는 거 무서워하잖아.
그래서 따뜻한 걸로 속 좀 달래려고."
"민호야 사랑해. 할머니? 안 아파. 괜찮아. 내일 꼭 갈게" 라며
연인에게만 보인다는 사랑의 꿀이 뚝뚝 떨어질 듯한 애교 섞인 말투로
이내 두 손 모아 하트를 보내시고 손에 입맞춤을 하며 핸드폰 화면에 연신 표현해내신다.
손자에게..
딸에게는 아픔을 호소하며 엄살을 부리시다가도 할머니의 아픔도 한순간에 잊게 만드는
마성을 부릴 줄 아는 손자의 눈웃음에 세상 그 어떠한 미소가 이처럼 아름다울까 싶을 만큼의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던 할머니.
나도 곱게 늙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도 즐길 줄 알며 가끔은 나의 손가락 하나를 꼭 부여잡고 한 발 한 발 내딛을
손주들과 예쁜 길을 많이 다닐 행복이 쭉 이어졌음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작년 한 해가 유독 빨리 갔다는 시간에 대해 나이 드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꿈꿔 온 노년의 모습을 마주하고 보니 나이 듦도 나쁘지 않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