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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환대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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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25. 2024

[소설] 환대 - 1화

나정은 지난 몇 번의 공모전으로부터 아무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바로 내일 또 하나의 공모전에 제출하려는 소설의 완성을 위해 퇴고에 매진하던 중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반사적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9시였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같은 소리가 다시 들렸다. 방에서 나와 현관문의 간유리창을 보니 바깥에 사람의 실루엣이 있었다. 나정이 외쳤다.

“누구세요?”

“저, 아랫집에 사는 …영인데요.”

불명확한 소리에 나정이 한 번 더 물었다.

“네? 누구요?”

“소영이요. 김소영. 저 아랫집에 사는데 혹시 모르세요?”

앳된 목소리를 들은 나정은 집 안팎을 오가며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재차 물었다.

“누군지는 알아요. 그런데 무슨 일인데요?”

“제가 지금 집에 못 들어가는 상황인데 잠시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돼요?”

순간 나정의 머릿속에 얼마 전 <무서운 10대들>이라는 타이틀로 방영된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혹시 시야 밖에서 친구들 패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을 열어주는 순간 우르르 들어와 나쁜 짓을 벌이는 건 아닐까? 그런데 나정이 망설이는 이유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바깥에서 소리가 또 들렸다.

“도와주세요. 진짜로 못 들어가고 있어요. 너무 추워서 그래요. 저 혼자예요. 의심이 되면 화장실 창문으로 제가 있는 곳을 한 번 보세요.”

바깥의 목소리대로 나정이 화장실 창문을 통해 고개를 내밀고 보니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고민 끝에 도어록 해제 버튼을 누르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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