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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환대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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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25. 2024

[소설] 환대 - 4화

“저 방에서 글을 쓰시나 봐요? 우리 집에서는 저 방이 제 방인데.”

“그래. 저 방에서 써.”

소영이 물었다.

“한 번 봐도 돼요?”

소영이 방 안을 보니 두 사람 정도가 겨우 누울 만한 공간 한가운데 간이책상과 노트북이 있었다. 바닥에는 제법 많은 책들이 쌓여 있었는데 소설과 수필, 작법서인 듯했다. 뒤따라 일어나 방의 문간에 서 있던 나정이 말했다.

“언젠가는 이런 후줄근한 방 말고 근사한 작업실을 갖고 싶어. 커튼이 쳐진 창문이 있고, 수백 권의 책으로 둘러 쌓인 방 말이야. 거기서 아침마다 커피를 한 잔 내려 먹기도 하고 말이지.”

“금방 그렇게 될 거예요, 언니.”

두 사람이 함께 웃었다. 곧이어 나정이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소영이 네 소원은 뭔데?”

“음... 지금은 놀이공원에 가는 거요. 중학생 때 이후로 간 적이 없거든요.”

노트북 앞에 앉은 소영이 나정이 쓴 글이 보고 싶다고 말하자 나정이 워드파일 몇 개를 열었다. 작은 노트북 모니터를 앞에 둔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이건 처음에 쓴 글인데… 나중에 보니 엉망이더라고. 또 이 글은 공모전에 냈었는데 떨어졌어. 수정할까 고민 중이야. 얼마 전 공모전에 낸 글도 있고.”

나정이 휠마우스로 커서를 두루룩 내리며 설명했다.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 무슨 내용인지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소영은 다 잘 쓴 글 같다고 말했다.

다시 거실로 나온 두 사람은 가족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모두 외동이었다. 언니나 여동생이 있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는 대화를 나누던 중 핸드폰 진동음이 들렸다. 소영이 황급히 바닥에 놓여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엄마가 왔나 봐요. 저 가볼게요. 오늘도 너무 감사했어요, 언니.”

삼선슬리퍼를 신은 소영이 나가려다 말고 현관에서 잠시 몸을 돌려 나정에게 물었다.

“저, 또 와도 돼요?”

“물론. 얼마든지.”

소영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돌계단을 내려갔다. 도중에 힐끗 뒤를 돌아본 소영은 아직 현관문을 닫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정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나정 역시 손을 마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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