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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선택이 후회될 때

by 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불안요소다. 변화무쌍한 삶을 추구하는 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의 허용 범위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범위보다 넓을 뿐, 어쨌든 이들 역시 각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삶 속에서 평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다시 말해 자신의 선택이 확실히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거라는 확신을 얻고자 한다.


이를 테면 문과로의 진학과 이과로의 전학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가 결국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을 떠올려 보자.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게 최선의 선택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선택을 한 뒤에도 확신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를 테면 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괜찮은 학교로 진학하는 순간 확신을 얻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는 자신이 선택한 길 위에서 괜찮은 성과를 얻었다는 근거는 될 수 있겠지만, 최초의 선택이 옳았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선택이 가져왔을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 3학년으로 진학해 전공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과거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할 수 있을까? 전공을 살려 괜찮은 직장에 합격하면 그때는 확신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더 먼 미래에 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도 마찬가지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겠지만, 결국 최초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나마 지금의 선택이 옳았겠거니 하는 믿음, 혹은 다른 선택이 옳았을 거라는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


이 믿음이나 후회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믿는 쪽이든, 후회하는 쪽이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길에 발을 디디면, 방향을 상당히 선회하지 않는 한 후회는 계속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는 있다.


고로 여기까지 고려한다면, 당신은 다시 한번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과거의 선택이 틀림없었다고 믿고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든지, 틀렸다고 믿고 남다른 의지를 보여 거시적인 변화를 꾀하든지. 물론 이 선택 역시 어느 쪽이든 확신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후회 속에 머무는 것보다는 나은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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