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은 잠깐만
어떠한 존재에게 미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보통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반하는 존재가 그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그 대상의 범위에는 비단 타인뿐 아니라 자신도 포함되는데, 이는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행동한다는 게 마냥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타인에게 향할 때보다 자신에게 향할 때 더 부정적으로 다가오고, 받아들이기도 더 까다로운데, 감정의 해소를 위해 존재를 멀리 한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은 자신이 미운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제거하는 것 - 그러니까 개선해 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사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고, 그래서 별로 하고 싶은 얘기도 아닙니다.
본론은, 그래도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물론 맹목적으로 자신에게 관대한 것도 결코 좋지 않지만, 스스로가 미운 점을 극복하고 개선해나간다면, 또 바로 나아지지는 않더라도 그럴 의지가 있다면, 그러한 자신에게는 미움보다는 위로와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도 견디기 어려운 일인데, 스스로를 미워하는 건 더욱 견디기 어려운 일일 것이고, 또한 부정적인 감정이 오래 머무르게 두는 건 결코 좋지 않습니다. 지나친 미움은 신체와 정신을 해칠 수도 있는, 생각보다 무서운 감정이니까요.
자신을 미워하는 건 반성과 개선의 이유로 활용할 수 있는 잠깐이면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결국 자신을 외면하는, 조금은 극단적이고 위험한 결과로 나타날 수가 있죠.
그러니까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미움이 아니라, 미움만 계속 받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 자신에게 그저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