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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8. 2022

나이 따위

나는 나이에 별다른 의미를, 어쩌면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이란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며 그 어떤 것도 내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거론하며 일종의 우월감을 가지고 그것을 표출하는 사람,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접받으려는 사람을 극히 혐오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주변에는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들은 많은 나이를 명예로운 행동을 통해 획득한 훈장이나, 심하면 나이가 적은 사람들이 알아서 머리를 조아려야 마땅한 왕관쯤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렇게 나이를 내세우며 자신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설파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상 존중받을 이유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렇게 나이만 많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인지, 그들에게 익숙해져 체념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나처럼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 한둘에 불과해서인지, 나이를 내세우는 행위를 제지하려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그래서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더욱 나이를 내세우게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도대체 나이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예컨대, 인성처럼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성질조차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이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렇게 나이 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공연히 늘어나는 법은 결코 없다. 혹자는 나이로부터 오는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경험이 꼭 존중받아 마땅한 경험인 것조차 아니다. 게다가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런 경험을 내세워 강요하고, 훈계하고,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그렇게 나이만 내세우는 사람들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른바 꼰대가 눈에 띌 때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멀었다는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런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생각을 바꾼다면 좋겠지만, 오히려 어린놈이 싹수없게 말한다고 욕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얼마 전 새해가 밝아오며 나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내가 누군가보다 우위에 서게 되었다거나, 대접을 받을만한 위치에 올라섰다거나, 아무 이유 없이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달라지는 건 없다. 그저 지금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성숙한 인간을 목표로 살아가면 된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그 마음을 잘 간직하면 된다. 나이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늘어나는 숫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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