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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Feb 03. 2022

자신의 장례식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지금 죽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 장면을 상상해 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누구에게서, 무슨 말들이 오갈 것인가? 지나치게 진지하게 상상할 필요까지는 없다.


어떤 이는 속으로는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찾아와 유족들에게 빈말을 건네고 갈지도 모른다. 아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별다른 감정 없이 육개장을 먹으며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자리를 뜰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내가 원하는 인생을 나름대로 잘 살았다면, 조금이라도 슬퍼하며 한 번쯤은 생전의 내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 장면을 죽어서도 볼 수 있다면, 자신이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장례식장의 풍경이 그 당사자의 삶을 꼭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타인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그런 풍경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신을 위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라도,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이러한 상상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지금처럼 살아도 그렇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인지, 나아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기 때문이다.


때로 자신의 삶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결국 자신의 삶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 것인지 궁금해질 때, 나는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해보곤 한다. 물론 누구에게든 삶이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기에 주변에 대한 영향력이 삶을 영위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나의 삶이 자신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제법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조심스럽지만, 만일 자신의 장례식에 아무도 오지 않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글쎄, 앞서 말했듯 장례식장 풍경이 꼭 그 의미를 나타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지금부터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 그 풍경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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