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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02. 2022

걸어갈 길, 걸어온 길

개인의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보편적 관점에서 삶의 무게가 가볍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따금 쉼터를 만나 잠시 짐을 내려놓을 수는 있어도, 언젠가 다시 들어 올리게 될 짐의 무게감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쯤 짐을 다시 내려놓을 수 있을지, 혹은 짐을 덜 수는 없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길은 보일 듯 말 듯 가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는 그만큼 예상하기 어려우며, 예상한들 잘 맞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짊어진 짐은 불확실한 길 위에서 갈수록 무게감을 더해간다. 숙여진 고개는 앞을 살피기 더욱 힘들게 만들고, 그 반대급부로 가슴속으로부터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안타깝게도 그런 불안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마치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듯, 초점은 더더욱 그렇게 불안한 미래에 맞춰진다. 결국 자신이 잘 걸어가고 있는지, 이 길이 맞는 방향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떠오른다.


평균적인 차원에서 삶의 본질은 안정보다는 불안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반신반의한 채 어렵게 걷는 모습은 사실 자연스럽다. 삶 속에서 불안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음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걸어갈 적에, 정작 지금까지 잘 걸어왔다는 과거는 너무나 쉽게 외면당하곤 한다. 불확실한 미래와는 달리 분명 확실하게 발자국이 남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나온 길에는 도통 초점을 두려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삶의 길은 자주 고달팠다. 그럼에도 결국 여기까지 잘 걸어왔다는 사실, 이렇게 아직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든 나름의 삶을 잘 살아왔다는 충분한 방증이 되지 않을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걸어가야 할 길만큼이나 중요한 건, 어떻게든 걸어온 길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길이 어느새 지나온 길이 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면, 비록 겪게 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지라도, 앞에 놓인 길 역시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분명 지나온 길이 될 거라는 사실 역시 깨달을 수 있다.


삶의 무게가 부담스러울 , 보이지 않는 미래가 두렵게 느껴질 때에는 과거를  번쯤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제법  걸어온, 힘겹지만 버텨온 자신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 인정이  미래를 밝게 비춰 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래 왔듯 다시 걸어갈  있을 거라는 믿음과 용기를  수는 있을 테니까. 그리하여 불확실한 미래에도 조금은  확신을 가질  있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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