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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세상빛을 본지 벌써 250일도 넘었다. 다행히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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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갖기 전에는, 아기를 원래 싫어하던 내가 나의 아기를 사랑할 수 있을지, 사랑을 줄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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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똘망똘망 나를 쳐다보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있다 보면 절로 막 뽀뽀하고 싶어진다. 무표정일 때도 그런데, 심지어 웃기도 잘 웃는다. 그럴 때면 과장 하나 안 보태고 막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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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내 자식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객관적으로 귀엽다고 생각하다가도, 세상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렇게 고슴도치 사랑을 하고 있나 보다 싶다. 그런데 진짜 객관적으로 귀엽다. 깨물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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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똥을 닦아줄 때도, 자신이 열심히 빨던 손가락으로 나를 만질 때도 마냥 귀엽다. 그런데 잠 안 자고 울 때는 솔직히 좀 힘들다. 그러다가도 번쩍 안아 들면 언제 울었냐는 듯 방긋방긋 웃어서 순식간에 마음이 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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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전생에 무슨 공을 세웠는지 생후 100일쯤 이후로는 새벽에 거의 깬 적이 없다. 축복받았다. 분유도 잘 먹고 이유식도 오물오물 잘 먹고 물도 잘 마신다. 아픈 적이 있긴 했지만 일시적이었고 지금은 건강하다. 아직 낯을 가리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친척들을 보고도 잘 웃는다. 덕분에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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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아침에 일어나 눈이 마주치면 방긋방긋, 퇴근하고 오면 나를 보고 방긋방긋, 안아 들고 좋아하는 행동을 해주면 소리 내어 까르르 웃는다.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정말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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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아기가 집에 오기 5년도 더 전부터 먼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다. 아기는 고양이가 뛰어다니면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르 웃는다. 그리고 한 마리는 아기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아기와 마주치게 해도 자리를 피한다. 그래도 나중에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 마리는 아기에게 관심이 많아서 자주 다가와서 얼굴을 비비댄다. 그런데 아기가 가끔 몸통이나 꼬리를 움켜 잡기에 고양이가 아파하거나 화내지 않을까 싶어서 조마조마했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옆에 다가와 더 만져달라는 듯 눕는다. 아기가 그 정도의 힘으로 잡고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싶어서 그냥 두고 있다. 어쨌든 잘 지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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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나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를 주제로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 결심을 잘 지키고 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뿌듯하다. 어차피 글은 꼭 길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벌써 단편소설 3~4권에 해당하는 분량이 되었다. 계산해보니까 20살이 될 때까지 쓰면 아무리 작게 잡아도 최소한 단편소설 50권 분량은 나오겠더라. 인생 최대의 장기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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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둘째도 있었으면, 그리고 가능하면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정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