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국시골호텔에서 앉아서 돈 벌기

by 콘월장금이

현재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시골로 직장을 옮기게

된다는 소식과 함께 내게 했던 질문은 이러했다.


“시골에서 일 구할 수 있을 거 같아? ”


“구하면 구하겠지 ~ 일할 자리 하나 없겠어?”

어디서든 나름 일을 잘 구하며 여러 국가에서 일했던지라 호기롭게 대답했던 나다.


그의 질문은 지금 생각해 보면 먼 미래까지 그려놓은 결혼 사전 인터뷰 같은 게 아니었나 싶은데 우리는 어찌 됐든 영국 시골에 정착하게 되었다.


런던에 있는 호텔에서 근무를 했던 경험 삼아 호텔이 직원 혜택도 꽤 괜찮다는 걸 알고 있던지라 이곳에서도호텔 위주로 지원을 했다.



시골인지라 5성급 호텔은 없었고 최대가 4성급인 게 아쉬움이 컸다. 마치 그 별의 개수가 나를 보증해 주는 것처럼 5성급짜리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보다


몇 차례 직업 인터뷰를 마치고 별생각 없던 호텔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근무해야 하는 공간이 마치 내가 있어야 할 곳처럼 마음에 들었던 것과 같은 부서에 직장 동료가 있다는 그 점이 좋았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영국인 동료는 약 한 달이 채 지났을까.. 그만두고 떠나버렸고, 나는 계약상 주 3일 근무로 들어왔는데 아무런 의사도 묻지 않고 주 5일 근무표를 받게 됐다. 그제야 둘러본 인디드 속 호텔 근무 평점은 별 1개짜리의 불평이 많았고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떠나야지 이곳을 떠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이 시골에서 이직할 수 있는 다른 호텔은 없고, 당장 다가오는 휴가 때까지만 돈을 벌고 버텨보자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호텔 오너와 얘기 끝에 주 4일 근무로 결정을 하고, 근무를 하는데.. 이렇게 일이 없을 수 있나 싶다. 이곳이 관광지이고 시골이라는 점. 그리고 지금은 비수기라서 호텔 투숙객 자체가 적은 느낌이다.

하루는 그냥 앉아서 명상을 하다가 어느 날엔 일기를 쓰다가 또 어느 날엔 빨간 머리 앤 q&a를 적으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나마 요즘엔 E북이라도 잘 되어 있으니 책을 읽으면 된다곤 하지만... 일이 없어서 8시간을 내리 하릴없이 앉아있는 것도 나름의 고역이다.


앉아서 돈 벌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나처럼 활동적인 사람이 아무런 동료 없이 그냥 앉아있는 게 마치 마시멜로를 먹기 위해 참아야 하는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종종 든다.


그래서 매일 구직시장을 기웃거리고 이미 머릿속으로는 50번 이상 퇴사를 하는 상상을 하고 있다.



앉아서 돈 벌기 쉽지만은 않덥니다.. (현재 하는 일의 특징 : 하루는 미친듯이 바쁘거나 또는 8시간 내리 아무 것도 안하고 앉아있기. )

keyword
이전 17화도통 적응 안 되는 영국시골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