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차오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거나 챙길 일이 생기면, 주로 먹을걸로 퉁~ 치는 편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내가 ‘소유’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배낭여행 이후로 내 머릿속에 박힌 생각인데, 소유는 짐이고 책임이며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돈과 지출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갖게 됐다. 마음이 동해서 쓰는 게 아니거나, 기분 따라 즉흥적으로 쓰거나, 이미 있는데 또 사거나, 싸다고 사는 물건들—그 모든 건 결국 내가 싫어하는 일을 더 오래 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소비와 소유만 줄여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에 쓸 에너지와 여유돈이 생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물건 선물을 꽤 자주 받는 편이다. 예전에 전 직장 선배 언니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물건 선물은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해.” 그 말 이후로, 내 주변에 있는 선물 받은 물건들을 좀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특히나 물건 소유욕이 별로 없는 나에게는, 식기류나 컵처럼 실용적인 선물들이 유독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어느 언니가 준 컵으로 물을 마시고 식기를 꺼내 밥을 먹을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우리는 결혼을 혼수도 신혼여행도 없이 시작한 부부인데 그래서 그런가 선물 받은 것들이 더더욱 쓸모 있고, 고맙게 느껴진다.
최근 집안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문득, 내 주변에 누군가에게 받은 것들이 참 많다는 걸 감각적으로 느꼈다. 따뜻한 충격 같은 순간이었다.
아무리 내가 소유를 경계하는 사람이어도, 타인의 좋은 마음으로 보내진 건 어쩔 수 없이 ‘좋은 것’이구나. 결국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물론 사람들이 미워서 인류애가 바닥나는 순간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감동들을 느낄 여유가 생긴 건 결국 퇴사를 결정한 덕분 아닐까? ㅋ)